[가정]남편이 변하면 가족이 웃는다

  • 입력 2006년 1월 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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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친분이 있는 40대 초반의 잘나가는 CEO와 점심을 같이하기로 했다. 약속시간을 20분이나 넘겨 헐레벌떡 달려와 “아내가 없어 양말을 갈아신지 못했더니 종일 일이 꼬이네요”라고 변명했다. 그는 급변하는 사회에 남보다 먼저 변화를 받아들여 경영에 성공한 사람이었다.

이미 기업이나 정부 같은 거대한 조직조차 파워가 한 사람에게만 몰리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대대적인 개편 작업이 이루어졌지만 그 CEO처럼 변화를 체감하는 사람조차 가족제도만은 변하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다.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고수하려는 가족제도는 가장에게 파워가 몰려 있는 농경시대의 제도이다. 서양 남자들도 1960년대까지만 해도 가부장적이었지만 사회 변화로 가정이 붕괴되는 아픔을 겪은 후에야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내가 아는 중산층 미국인 더글러스 부부는 집 앞 뜰에 농구대를 설치하고 사춘기 아들, 딸과 밤마다 농구 경기를 했다. 나중에 본인 말을 들어보니 자신은 농구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트기 위해 농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사냥이 취미였는데 아내는 피만 보면 기절하는 심약한 여자였다. 그래서 취미 생활로 아내를 괴롭히지 않으려고 사냥 도구 일체를 친구 집에 맡기고 사냥 후에도 친구 집에서 처리한다고 말했다. 그의 아내 역시 자기가 즐기는 오페라 공연을 남편이 싫어하기 때문에 같이 가자고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는 손님들을 집으로 초대하면 음식 나르기와 바비큐 만들기, 설거지 등을 맡았다. 그래서 그의 부인은 파티 여는 데 부담이 없다고 했다.

“미국도 1970년대부터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늘자 이혼율이 급증했습니다. 가족과 헤어져 고통스럽게 사는 사람이 많아졌지요. 그래서 남편이 아내와 역할을 분담했지요.”

일반적으로 부부가 서로 자신은 희생자고 상대방은 덕만 본다는 생각을 갖기 쉽다. 상대방의 역할이나 노고에 대해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이 피해자임을 강조하다 보니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간다.

부부가 행복하려면 남녀 모두 불공평하다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역할 분담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정숙 ‘유쾌한 대화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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