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 새롭게 바라보다

  • 입력 2006년 1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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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성찰적으로 검토한 3권의 연구서가 나란히 출간됐다.

▽과거에 대한 성찰=‘박정희시대 연구의 쟁점과 과제’(선인)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물질적 조건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사회를 멍들게 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과거를 학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명지대 국제한국학연구소가 지난해 1년간 진행한 박정희 시대를 주제로 한 학술포럼에서 다양한 전공의 연구자들이 발표한 논문을 편집 출판한 것이다. 이 책은 산업화의 공(功)과 민주화에 대한 과(過)가 교차하는 기존 연구의 성과를 비교 검토하면서 오늘날 한국사회의 부작용을 모두 박정희 정권에 지우는 것의 부당성을 지적한다. 또 오늘날 한국 진보세력의 민족주의와 박정희 시대 민족주의의 유사성 등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담고 있다.

김일영(정치학) 성균관대 교수는 산업화와 민주화의 병행 발전은 역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박정희 시대의 개발독재는 이후 민주 발전을 위한 필요악이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김세중(국제관계학) 연세대 교수는 5·16군사정변을 산업화가 달성되지 못한 상황에서 19세기적 경제민족주의의 발현으로 분석했고, 이완범(정치학)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박정희가 추진한 경제개발계획이 친미가 아니라 반미의 결과물이었음을 제시했다.

반면 박태균(역사학) 서울대 교수는 1968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박정희가 제시한 ‘제2경제론’에서 경제보다 안보를 우선시하고 국가 전체를 전시 상황의 총력전 체제 아래 두려 했던 유신체제의 근원적 정신구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산층 몰락론의 허실=사회학자인 한림대 유팔무, 강원대 김원동, 동아대 박경숙 교수가 공동 집필한 ‘중산층의 몰락과 계급 양극화’(소화)는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중산층 몰락과 사회 양극화’에 대한 위기의식이 허구라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필자들은 1991년 61.6%였던 중산층이 95년 67.3%로 증가했다가 98년 57.5%로 감소했으며 (생산직)노동자 계급은 1991년 25.9%에서 95년 30.5%, 98년 35.0%로 증가해 중산층의 일부가 노동계급으로 지위 하락을 경험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렇게 지위가 하락한 중산층에 대한 1999년의 표본조사 결과 20∼25%는 1년 안에 원래 지위를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외환위기 직후의 소득 감소가 고소득층이 45∼50%이고 저소득층이 40%였던 반면 중산층은 20∼35% 수준이었다는 점도 중산층 위기론이 과장됐음을 보여 준다. 또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기는 귀속의식이 1991년 61.3%에서 99년 54.9%로 줄었지만 2003년에는 56.2%로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

저자들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좌측은 불평등을 강조하기 위해, 우측은 위기 담론으로 활용하기 위해 ‘우리 사회가 고소득 20%와 저소득 80%의 20 대 80의 사회로 양분화하고 있다’며 중산층의 위기를 실제 이상으로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새로운 권위는 어디에서 나오는가?=‘한국사회 어디로 가나?’(굿인포메이션)는 탈권위주의 시대 새로운 권위의 원천을 모색한 연구결과를 담았다는 점에서 미래지향적이다. 고려대 사회학 콜로키엄 100회 기념 특별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논문들을 정리한 이 책은 정치부문에서는 참여의 확대, 경제부문에서는 공정성과 투명성의 확보, 시민사회에서는 소통의 능력 확보가 키워드임을 다양한 서구이론과 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특히 반독재 운동 시절의 관성이 남아 있는 농민들이 폭력시위를 벌이고, 이를 통제하지 못한 경찰이 공권력을 휘두르는 과정에서 농민이 숨지고, 이 때문에 경찰청장이 사퇴하는 민주화 이후 한국사회의 ‘권위 상실’의 악순환을 지켜봐야 하는 현실에서 이 책의 의미가 더욱 새롭게 다가선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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