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판소리’ 애들 몰러 나간다∼

  • 입력 2005년 12월 21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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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의 어린이 창극 ‘흥부 놀부’에 출연하는 어린이 소리꾼 정희나, 김경헌, 정윤서 양(앞줄 왼쪽부터). 뒷줄 세 명은 제비 역을 맡은 어린이 무용수들. 홍진환 기자
국립창극단의 어린이 창극 ‘흥부 놀부’에 출연하는 어린이 소리꾼 정희나, 김경헌, 정윤서 양(앞줄 왼쪽부터). 뒷줄 세 명은 제비 역을 맡은 어린이 무용수들. 홍진환 기자
“커서 뭐가 되고 싶니?”

“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요∼. 흥부네 집 애들을 우리 집으로 데리고 와서 밥 많이 주고 싶어요. 일하러 가는 흥부 아빠한테도 밥 많이 줄 거예요. 그리고 모두들 사랑하고 기쁜 모습으로 살았으면 좋겠어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국립창극단 연습실. 어린이 창극 ‘흥부 놀부’에서 흥부네 막내딸로 출연하는 깜찍한 꼬마 소리꾼 정윤서(5) 양은 ‘커서 명창이 될래요’라는 다짐 대신 이렇게 답했다.

24일부터 내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되는 어린이 창극 ‘흥부 놀부’. 국립창극단 소속 명창들뿐 아니라 정 양을 비롯해 어린이 소리꾼 김경헌(13) 김슬기(12) 정희나(11) 양과 제비역의 어린이 무용수들이 당당한 주인공이다.

○ 동네 국악학원서 판소리 입문한 도시 아이들

이번 창극에 출연하는 어린이들은 다른 아이들이 피아노 학원에 다닐 때 동네 국악학원에서 장고, 춤 등을 배우며 판소리에 입문한 도시 아이들이다.

특히 7세 때부터 명창 안숙선 선생의 제자가 되어 5년째 판소리 공부를 하고 있는 정희나(서울 번동초교 4년) 양은 10월 13일 열린 2005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전국대회에서 장원을 한 판소리계의 샛별.

정희나 양은 “학교 친구들 앞에서 ‘대장금’ 노래나 판소리를 부르면 무척 인기가 좋다”며 “안 선생님은 칭찬도 많이 해주시지만 제가 공부를 게을리 한 날에는 정말 무섭게 혼내신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정해선(74) 씨는 “국악을 배우다보니 아이가 소리뿐 아니라 예절교육도 제대로 받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내년 국악중학교 입학 예정인 김경헌(경기 용인 토월초교 6년) 양은 “판소리의 매력은 기쁜 노래는 더욱 흥이 나서 부르고, 슬픈 노래는 더욱 슬프게 부를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창극을 통해 판소리가 단순히 ‘어∼∼’하고 목청을 떠는 것만이 아니라 교훈과 감동을 주는 재미있는 공연이라는 것을 친구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고 말했다.

국립창극단 안숙선 예술감독은 “소리는 하루아침에 금방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목을 조심스럽게 다루면서 공부해야 한다”며 “조금 잘한다고 ‘신동’이라고 치켜세우면 능력 이상으로 오버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발성으로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국악 체험장, 어린이 창극

어린이 창극 ‘흥부 놀부’는 고전 판소리를 요즘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각색한 노래와 춤으로 흥미를 자아낸다. ‘밥줘 송’, ‘왕따 송’, ‘고액과외, 조기유학 송’ 등 현실감 있는 내용을 재미있는 판소리와 놀이로 익살스럽게 표현하는 것.

국립창극단이 2000년부터 방학 때마다 무대에 올려 온 ‘어린이 창극’은 어린이와 학부모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 온 인기 레퍼토리다. 국립창극단은 그동안 ‘수궁가’ ‘흥부가’ ‘춘향가’ 등을 어린이 창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려 왔다.

한편 서울 용산구 청파동 신광초등학교 전교생 450명은 23일 오전 10시 국립극장에서 ‘흥부 놀부’ 특별공연을 보면서 이색 방학식을 할 예정이다.

이 학교 정금종 교장은 “요즘 초등학교 음악교과서에는 국악장르가 47%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제대로 된 판소리나 장단을 직접 느껴볼 기회가 별로 없다”며 “어린이 창극은 가장 좋은 산교육이기 때문에 올해까지 세 번째 이런 방학식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1만, 2만 원. 02-2280-4114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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