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갈피 속의 오늘]1967년 첫 심장이식수술 성공

  • 입력 2005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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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12월 3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의 그루트슐 병원 중환자실.

불과 1시간 전 대수술을 받은 55세의 루이스 워시칸스키 씨가 눈을 떴다. 입술이 움직였다.

“선생님, 새 심장을 주신다고 하셨지요….”

집도의 크리스티안 버나드 박사는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지금 갖고 계십니다.”

인류 최초의 심장이식수술 성공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소식은 곧바로 전 세계에 타전됐다. 미국의 쟁쟁한 병원을 물리치고 이름 없는 아프리카의 병원이 영예를 안았다는 사실도 주목을 끌었지만, 사람들을 흥분시킨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심장은 사랑을 표시하는 기호이자 영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어졌던 인간의 중심이었다. 인간의 중심을 다른 사람의 것으로 대체할 수 있는가? 각국 법령에서 사망을 정의하는 방법은 폐와 심장의 기능이 정지하는 것이었다. 죽은 사람을 다른 사람의 몸으로 부활시킬 수 있는가?

워시칸스키 씨는 이틀 만에 식사를 할 정도로 회복됐다. 그러나 수술 18일째, 그의 심장은 돌연 멎고 말았다. 기존의 신체 조직이 타인의 조직을 거부하는 이식거부반응 때문이었다.

그래도 망가진 심장에 의지하느니 모험을 해 보겠다는 환자는 줄을 이었다. 두 번째 환자는 18개월 동안 생존했다. 각국의 법령도 서서히 바뀌었다. 뇌사 판정을 받은 환자는 기능이 유지되고 있는 장기를 다른 환자에게 기증할 수 있게 됐다.

1980년대 초,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획기적인 면역억제제가 개발되면서 도약이 이루어졌다. 신체 조직이 새 장기를 큰 부작용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심장 이식을 받고 10년, 20년씩 살아남는 환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장기 이식에 윤리적 의문을 던졌던 사상계와 종교계를 잠잠하게 한 것 역시 살아남은 환자들이 증언하는 ‘행복’이었다. 잃은 삶을 되찾았다는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버나드 박사의 성공으로부터 38년이 지난 오늘, 인류는 생명과 의학에 대한 또 다른 질문에 직면해 있다. 하나의 완전한 개체가 될 수도 있는 인간 배아를 복제하여 다른 개체의 행복을 위해 이용하는 것은 온당한가.

완전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단 한 가지는 분명하다. 기술의 발전은 수많은 윤리적 문제를 내놓고 있으나 이제 윤리가 기술을 먼발치에서 따라가는 것조차 힘겨워졌다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기술이 홀로 달려가도록 내버려둘 것인가.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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