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가야금 4중주단 ‘여울’ 12월 13일 이대서 공연

  • 입력 2005년 11월 30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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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신세대 가야금 쿼르텟 ‘여울’의 데뷔 콘서트. ‘여울’의 멤버 이수은(빨강·도발), 안나래(분홍·섬세), 기숙희(파랑·지성), 박민정(노랑·발랄) 씨. 이들은 네 가지 빛깔의 연주복으로 각각의 개성을 표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지난해 4월 서울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신세대 가야금 쿼르텟 ‘여울’의 데뷔 콘서트. ‘여울’의 멤버 이수은(빨강·도발), 안나래(분홍·섬세), 기숙희(파랑·지성), 박민정(노랑·발랄) 씨. 이들은 네 가지 빛깔의 연주복으로 각각의 개성을 표출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2000년대 국악계의 화두는 퓨전 실내악이다. 타악그룹 ‘푸리’ ‘공명’, 뉴에이지 그룹 ‘그림(The林)’, 월드뮤직 그룹 ‘바이날로그’, 가야금 앙상블로는 ‘사계’ ‘여울’ ‘아우라’…. 이들은 국악을 세계 음악으로 키워나가는 새로운 실험과 창조의 주도세력이 되고 있다.

다음 달 13일 오후 8시 서울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공연하는 가야금 4중주단 ‘여울’은 국악기로서는 보기 드물게 전자악기를 선보인다. 일렉트릭 바이올린, 일렉트릭 피아노 등 현대화한 서양 클래식악기처럼 이들이 선보이는 것은 ‘일렉트릭 가야금’. 특히 18현 가야금을 개조해 만든 ‘여울금’은 클럽밴드 악기처럼 연주할 수 있어 가야금의 파격적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 비장의 무기 일렉트릭 가야금… 전자 기타처럼 신나게

2003년 결성된 ‘여울’의 멤버 기숙희(27) 이수은(26) 안나래(25) 박민정(25) 씨는 국악중고등학교와 이화여대 한국음악과 선후배 사이로 맺어진 실력파 연주자.

28일 ‘여울’을 만난 곳은 경기 하남시의 국악기 연구소 연습실이었다. 이들은 한 달째 합숙하며 연습 중이다. 이번 공연에서 이들이 선보이는 일렉트릭 가야금은 지난 1년 동안 준비해 온 비장의 무기.

리더 기숙희 씨는 “원래 가야금은 소수의 관객만을 위한 사랑방 악기”였다며 “대중 앞에서 연주하거나 크로스오버를 하기엔 음량이 너무 적어 마이크를 사용해야 하는 게 늘 불만이었다”며 일렉트릭 가야금 개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어깨에 멜 수 있는 18현(여울금)과 받침대 위에 놓고 연주하는 25현 두 가지다.

수십 대의 가야금을 부숴가면서 자체 개발한 이 악기는 이펙터의 조절에 따라 콘트라베이스처럼 한 옥타브 낮은 소리를 내기도 하고, 전자 기타처럼 여음(餘音)이 길게 유지되는 등 음역과 음색이 다양해졌다. 그러나 손으로 뜯는 수법은 그대로여서 가야금만의 청정한 음향은 여전히 살아 있다.

“바이올린이나 기타는 ‘비브라토’를 해도 같은 음에서 떨리지만, 가야금의 ‘농현’은 위아래 움직이는 폭이 커 음이 달라질 정도입니다. 이 때문에 아무리 클래식이나 팝송이라도 가야금으로 연주하면 우리의 정서를 느낄 수 있죠.”(안나래)

○ “이제 국악도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 같은 곳을 찾아갈 때”

‘여울’ 멤버들이 일렉트릭 가야금 앞에 모였다. 양쪽 끝 두 명이 메고 있는 악기가 ‘18현 일렉트릭 가야금’(일명 ‘여울금’), 가운데는 ‘25현 일렉트릭 가야금’. 권주훈 기자

“이번 콘서트의 콘셉트는 밴드음악이에요. 이제 국악도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클럽 같은 곳을 찾아갈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박민정)

이번 공연에서 ‘여울’은 명상곡 한 곡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모든 곡을 일렉트릭 가야금으로 연주할 예정이다.

‘신(新) 영산회상’(작곡 김대성)을 비롯해 레드 제플린의 록 음악 ‘스테어웨이 투 헤븐’, 블루스 풍의 ‘들고양이(Stray Cat)’, 삼바 리듬의 재즈곡 ‘퍼피 러브’, ‘크리스마스캐럴’(편곡 황병기) 등 동서양의 고전·현대곡을 총망라한 곡을 가야금으로 연주한다.

‘여울’이란 이름은 가야금의 명인 황병기 선생이 국악계의 변화의 물살을 일으키라는 의미에서 지어준 것. 이미 1970년대에 가야금을 활로 연주하며 ‘미궁’이란 파격적인 음반을 내놓았던 황 교수는 ‘여울’의 새로운 시도에 든든한 후원자가 돼 주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위해 ‘크리스마스캐럴 모음곡’도 편곡해 주었다.

여울은 이번 공연에서 가야금을 받침대에 놓고 서서 연주 한다. 서서 연주하면 손도 자유로울 뿐 아니라 훨씬 동적인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혹시 록 음악을 연주하다가 흥이 나면 어깨에 멘 18현 가야금의 줄을 이로 물어뜯는 건 아닐까? 이수은 씨는 “필(feel) 받으면 그럴 수도 있다. 그날 관객들 분위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1만∼5만 원. 02-543-1601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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