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시인 ‘흰 그늘을 찾아서’ 펴내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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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하(64·사진) 시인이 자신의 미학 이론을 담은 ‘흰 그늘을 찾아서’를 실천문학사에서 펴냈다. 1999년 펴낸 ‘예감에 가득 찬 숲그늘’과 지난해 2월에 펴낸 ‘탈춤의 민족미학’을 잇는 김 씨의 미학 강의서다.

그의 미학 이론의 핵심은 ‘흰 그늘’론(論)으로 모아진다. ‘흰 그늘’이 담긴 예술을 하자는 것이다. “예전에 신경계통의 치료를 받다가 흰빛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떨어져 나오는 걸 본 듯한 체험을 여러 번 했습니다. 결국 전남 해남으로 갔다가 ‘검은 산, 하얀 방’이라는 연작 구술시까지 쓰게 됐지요. 그늘이라는 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거라면, 흰빛은 신성한 빛, 신바람 같은 게 아니겠습니까. 한(恨)과 흥(興)이 함께하는 예술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몇 년 전 ‘삼국유사’ 고구려편을 읽으면서도 ‘흰 그늘’ 미학의 원형이 되는 듯한 이야기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거기 보면 금와왕이 유화 부인을 이상한 여자라며 가둬 버리는데 ‘햇빛(日光)’이 방에 들어오자 유화 부인은 피해 버린다. 하지만 ‘해그늘(日影)’이 들어오자 유화 부인은 그를 껴안아 주몽을 임신한다.

김 씨는 특히 한류와 관련해서 “떠오르는 한류의 미학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며 “‘흰 그늘’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만들어 본 것이 이번 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류승완의 ‘주먹이 운다’, 김대승의 ‘혈의 누’, 김기덕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같은 영화를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주먹이 운다’는 현실의 너덜너덜한 한이 복싱장에서 멋진 흥으로 터져 나오는 영화였어요. 보다 보니 나도 몰래 눈물이 나려고 해요. 김기덕 영화는 색(色)이 공(空)으로, 공이 색으로 거듭 바뀌는 과정이 한이 흥으로, 흥이 한으로 거듭 바뀌는 ‘연기(緣起)’를 드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한류에 미학의 힘을 보태 줘야 합니다.”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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