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과학기술 창작문예 288편 출품… 10일 시상식

  • 입력 2005년 11월 4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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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글자판의 D에 지적재산권이 있어 D자를 사용할 때마다 돈을 지불해야 한다.”

올해 2회째를 맞는 ‘과학기술 창작문예 공모전’ 단편소설 부문에서 당선된 배명훈(27) 씨의 ‘스마트 D’라는 작품의 설정이다. 중편소설 부문에는 별상이라 불리는 정체불명의 병원체를 소재로 외계행성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룬 김창규(34) 씨의 ‘별상’이, 아동문학 부문에는 아바타와 실제 인간의 관계를 정교하게 그려낸 정재은(33) 씨의 ‘아바타 학교’가 당선작으로 선정됐다.

올해 신설된 시나리오 시놉시스 부문은 인간의 지식과 감정을 데이터화해 저장하는 상황을 설정한 안혜정(34) 씨의 ‘Hu*man’이, 논픽션 부문은 비행기 설계 과학자가 처음 소형 비행기를 조종한 경험을 풀어낸 김상돈(36) 씨의 ‘하늘을 날던 날’이 당선작으로 결정됐다.

만화 부문은 아쉽게 당선작을 내지 못하고 정소연(22) 씨와 박도빈(19) 씨의 ‘우주류’, 석영수(32) 씨의 ‘카오스모스’가 가작으로 선정됐다. 이번 공모전에는 총 6개 부문에서 288편이 경쟁을 벌였는데 해외에서 공모한 작품들도 다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공동 심사위원장을 맡은 서울대 영문학과 김성곤 교수와 복거일 작가는 “작품의 바탕이 되는 과학적 원리와 사실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다”며 “특히 중편소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모전의 시상식은 ‘세계 과학의 날’인 1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다. 당선 상금은 중편 1500만 원, 단편 700만 원, 아동문학과 논픽션, 시나리오 시놉시스 500만 원. 수상작과 심사평, 그리고 수상소감의 전문은 인터넷(stl.dongaScience.com)에 게재된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 김창규 중편소설 당선자

중편소설 ‘별상’으로 당선된 김창규 씨는 “앞으로 대중적 흥미나 과학적 상상력 사이의 다리 역할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김창규 씨
등산복 차림의 노인들이 좌석을 가득 메우고 있는 전철 안에서 휴대전화로 당선 소식을 전해 들었다. 힘든 시기에 조금은 여유를 얻을 수 있게 돼 더 기쁘다.

기술은 곧 삶이고 과학이 기술을 낳는다는 말은 틀렸다. 이 셋은 곧 하나를 나눈 것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파고들어 있는가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과학소설은 여기에 가능성과 창작을 가미한 요리이다.

과학소설이야말로 과학과 기술, 그리고 삶 전체를 묘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장 많이 담고 있는 분야다. 이 셋을 균형 있게 그려야 비로소 잘 만든 과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또한 개인적인 목표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번에 썼던 글 역시 같은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효과적이었는가는 별개로 하고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노력은 그치지 않을 생각이다.

◆ 배명훈 단편소설 당선자

지금의 감상을 솔직하게 말로 표현하자면 ‘어버버’(감탄사)에 가깝다. 이 글은 초고를 내고 완성하기까지 15번쯤 수정을 거쳤다.

시점, 문체, 결말, 문장 다듬기까지. 조금씩 바뀔 때마다 다시 읽어 달라고 주변 사람들을 들들 볶았다. 지음(知音) 주희에게 첫 번째로 감사를 돌린다. 당선 소식을 들은 날은 의외로 덤덤했다. 자정쯤 잠자리에 들어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 반까지 쭉, 덤덤해서 곧 잠들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서 누워 있었다.

◆ 정재은 아동문학 당선자

소감을 대신해 써줄 ‘아바타’가 있다면 얼른 출동시키고 싶은 심정이다. 어릴 적 꿈은 동화작가였다. 그때는 세상의 모든 이야기가 ‘동화’인 줄로만 알았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게 생각한다. 세상을 향해 처음 내밀어 보는 ‘아바타’의 수줍은 손을 선뜻 잡아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더불어, 그것이 단지 ‘나’의 일부 또는 확장이라는 이유만으로, 내 아바타의 몸짓을 어여삐 여겨 주시는 소중한 분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 김상돈 논픽션 당선자

전혀 기대하고 있지 않던 터라 당선 소식은 기쁨에 앞서 얼떨떨함을 전해 준다. 어쨌든 뭔가를 인정받는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이 글에 나오는 상황은 이미 5년 전의 것이다.

원래 이 글은 후배들을 위해 만들던 항공공학 교재의 머리글로 활용하려던 참이었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항공공학 교재는 미완의 기획으로 끝났지만 머리글만은 용케 살아남아 이렇게 빛을 보니 그것 또한 나름대로 기쁘다.

◆ 안혜정 시나리오 시놉시스 당선자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을 때 서른 살은 온다”고 어느 시인은 말했던가. 이미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에, 나 역시 ‘이렇게 살 수도 없고, 이렇게 죽을 수도 없어서’, 이 공모에 글을 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10여년, 비록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 오긴 했으나, 제대로 습작의 기간조차 가지지 못한 채 얼떨결에 덜컥 당선이 돼 버렸다. 감격과 부끄러움을 토대로 삼아,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글쓰기에 매진하고 싶다.

○ 심사위원 명단

▽소설(중·단편) △본심: 김성곤(서울대 교수) 복거일(소설가) △예심: 고장원(SF 평론가) 박상준(SF 평론가) 이한음(SF 작가) ▽아동문학=김이구(문학평론가) 안미란(아동문학가) ▽수기(논픽션)=이충호(과학서적 전문 번역가) ▽만화=박인하(청강문화산업대 교수) ▽시나리오 시놉시스=김지운(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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