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영사기 추억속으로…메가박스-CGV 상영관 디지털化

  • 입력 2005년 10월 2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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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네마 천국'의 감동적인 마지막 장면. 어른이 된 토토는 키스 신들을 알프레도가 따로 모아뒀던 필름을 영사기에 걸어놓고 보면서 눈물을 흘린다.

이렇게 '다다다다' 소리를 내며 영사기가 돌아가는 낭만적인 극장은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 같다.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조만간 필름이 사라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국내 굴지의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인 메가박스와 CGV는 최근 '디지털 영화관' 프로젝트를 잇달아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까지 전 상영관에 디지털 영사기를 설치해 디지털화 된 선명한 화질과 음향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영화관으로 변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메가박스의 경우 내년 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점 16개 관을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 문을 열 예정인 서울 목동 8개관과 신촌 8개관 등 서울에 있는 메가박스 32개 전 상영관을 디지털화 할 계획. 한편 CGV는 디지털 영사기 설치 시점을 앞당겨 다음 달 말까지 서울 용산점 10개 상영관(아이맥스 상영관 1개를 제외한) 모두를 디지털화 해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첫 디지털 상영작으로 상영할 예정이다. CGV는 내년 1월 초까지 전국 CGV 266개 모든 상영관에 디지털 상영 설비를 설치한다는 계획.

'세계 최초 디지털 영화관'이라는 자리를 두고 양 멀티플렉스 간 신경전은 뜨겁다. 메가박스는 디즈니, 20세기 폭스, MGM, 워너 브러더스 등 할리우드 7대 메이저 영화사가 출연해 만든 디지털 영화관 추진센터인 DCI가 인정하는 수준의 화질을 공급할 수 있는 영사기만을 설치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CGV 측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 모든 상영관을 디지털화해 전국 디지털 네트워크를 이용한 스포츠나 콘서트 중계까지 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극장은 필름으로 상영되는 영화의 10배 가깝게 향상된 화질과 음향을 즐길 수 있다는 게 장점. 극장들이 디지털 네트워크로 이어질 경우 영화는 디지털 형태로 송출되거나 파일 형태로 다운로드 받는 방식으로 각 극장에 배급돼 상영되므로 제작사로서는 한 벌 당 200만 원 남짓인 필름 프린트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공해가 없는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영화산업이 발전하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문제는 디지털로 제작되는 영화가 아직까지는 별로 없다는 점. 당분간은 필름으로 찍은 영화를 디지털로 리마스터링하여 상영하는 중간단계를 띨 수밖에 없다. 이런 방식을 통해 최근에는 '샤크' '스타워즈 3' 등의 외화가 디지털 영사기가 설치된 일부 스크린에서 상영된 바 있다.

이승재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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