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Kids]어린이 박물관 체험-놀이 공간으로 꾸며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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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미리 찾아 본 ‘어린이박물관’에서 모형 금관을 써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어린이들이 미리 찾아 본 ‘어린이박물관’에서 모형 금관을 써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선화공주님은∼맛둥방 맛둥방알 밤에 몰 안고 가다∼’(선화공주님은∼맛둥 도련님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

백제에서 마를 캐어 팔던 서동이 퍼뜨려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를 아내로 맞이했다는 전설이 담긴 ‘서동요’의 일부다.

국립중앙박물관 1층에 있는 ‘어린이 박물관’에 들어서면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어린이 박물관’은 ‘도전! 향가 따라 부르기’ 코너로 어린이들의 향가 체험을 마련한다.》

○과거로의 재미있는 여행

어린이 박물관은 연필을 들고 유물 관련 지식을 필기해야 하는 딱딱한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체험과 놀이 중심으로 꾸며진다. ‘향가 따라 부르기’에서는 카메라를 통해 노래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 용산 이전과 더불어 새롭게 바뀐 곳이 아시아관과 어린이 박물관이다.

어린이 박물관은 340평의 전시 공간과 3개의 체험교실, 영상실, 야외마당으로 꾸며져 있다. 이 박물관은 자체의 흥미로운 이벤트를 비롯해 전시 관람에 앞선 ‘예비학습장’의 콘셉트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공간은 ‘원시·고대인의 생활체험’이라는 주제로 ‘따뜻한 집, 삶의 보금자리’(집), ‘쌀과 밥, 농사짓는 도구들’(농사), ‘마음과 영혼의 소리’(음악), ‘무기와 무사들’(전쟁) 등 4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4개의 공간은 다시 57개 아이템으로 구분된다.

‘청동기 시대 움집’이라고 적힌 공간에 들어서면 토기와 활, 화살을 만져볼 수 있다. 움집의 구조와 특징도 영상으로 볼 수 있다.

‘집의 변화’에서는 움집, 초가집, 기와집의 변천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 홀로그램을 통해 집이 완성되는 과정이 나타난다. 옆에 있는 ‘고풍이네 가족이야기’는 고구려인의 집과 생활 방식이 담겨 있는 애니메이션.

국립중앙박물관 신대곤 학예연구관은 “관람객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의 하나가 전시 설명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이라며 “어린이 박물관은 유물 관람에 앞선 예비학습장이자 손으로 만져보고 느낄 수 있는 체험박물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무 재료로 옛집 조립하기, 반구대 암각화 탁본하기, 온돌 기와 얹어보기, 옛날 밥상 차리기, 그릇 조각 맞추기, 거문고 등 악기 소리 듣기, 철제 갑옷 입어보기, 말갈 춤 맞히기 등 아이들이 호기심을 느낄 만한 체험과 퀴즈 형식의 아이템이 많다.

최근 두 자녀와 함께 이곳을 미리 관람한 김정미(37·서울 성동구 금호동) 씨는 “우리 역사를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이야기를 들려줬지만 어려워했다”며 “이곳은 아이들이 지루해 하지 않아 학습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

어린이들이 참가하는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운영된다. ‘족장회의’는 주중 단체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금관과 목걸이를 만든 뒤 역할 놀이를 통해 장신구의 상징성과 문화의 변천 과정을 알게 해준다.

주말 가족 프로그램으로는 ‘삼국시대 오케스트라’와 ‘우리는 고고학자 가족’이 있다. ‘삼국시대∼’는 삼국시대 악기 제작과 함께 향가를 배우는 것이고, ‘우리는∼’은 유물 발굴에서 복원까지 전 과정을 체험하는 형식이다.

주중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는 암각화 및 기타 유물에 나오는 무늬를 이용한 ‘모빌 만들기’, 반달모양 돌칼을 만들고 절구에 볍씨를 찧어 보는 ‘선사시대 농사짓기’, 고고학 관련 이야기와 전래 동화를 들려주는 ‘고고학 이야기’가 있다.

‘도전! 불 피우기’ ‘악기체험’ ‘방추차와 베틀 체험’ ‘김홍도 퍼즐 북’ ‘정림사탑과 감은사탑 쌓아보기’ 등 9개의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하루 900명으로 관람 제한

어린이 박물관은 관람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관람법을 알고 가는 게 중요하다. 특히 체험 위주의 관람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하루 6회, 모두 9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단체 관람 예약은 인터넷(children.museum.go.kr)으로만 할 수 있으며 전화 예약은 받지 않는다.

개관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입장마감시간 오후 5시), 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12월 31일까지 무료이며 내년부터 500원을 받는다.

프로그램들은 11월 1일부터 시행되며 대부분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참가 신청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받으며 자동 추첨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어린이 관람 “이렇게 하세요”▼

박물관 나들이는 흥미로운 이벤트이지만 어린이들의 집중력을 지속시키기 쉽지 않다. 아이들이 하나의 유물에 집중하는 시간은 7∼10초에 불과하다는 조사도 있다. 부모들은 애를 태울 게 아니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생각해야 한다.

‘뮤지엄 교육연구소’ 오상현 대표가 어린이와 함께하는 박물관 관람 요령을 조언했다.

△박물관 관람은 공부가 아니라 재미있는 나들이다=부모의 욕심은 버려라. 아이들에게 박물관은 재미없다는 거부 반응을 심어줄 수 있다.

△관람 주제를 정해라=하루에 모두 보겠다는 것은 과욕이다. ‘고고관’이나 ‘아시아관’ 등 하나의 주제를 정하는 게 좋다.

△호기심을 끌어내라=박물관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의 흥미를 유발하는 게 중요하다. 어린이 박물관이 있다면 예비 학습을 해라.

△이벤트를 즐겨라=아이들은 때로 관람보다 이벤트에서 훨씬 많은 것을 배운다.

△아이를 관람의 주체로 만들어라=부모의 일방적 설명이나 유물 설명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관람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해라.

△1회 관람 시간은 30∼40분이 적절하다=관람과 휴식 시간을 적절하게 배분해야 한다.

△내 마음의 스타를 찾아라=아이들에게는 국보가 중요하지 않다. 좋아하는 유물은 시간이 걸려도 집중적으로 보게 하자.

△메모보다 감상이 중요하다=메모는 아이를 부담스럽게 한다. 간단한 스케치나 그림을 그리는 게 좋다.

△사진은 포토 존에서만 찍어라=유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고 강한 빛은 종이류의 유물을 훼손할 수 있다.

△간단한 기념품 구입도 좋다=기념품은 추억의 징표가 된다.

△관람 뒤 꼭 대화를 나눠라=아이에게 숙제를 시키는 것이 아니라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람하면서 좋았던 점과 싫었던 점을 들어본다.

△감상 표현은 아이들에게 맡겨라=글을 길게 쓸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게 좋다. 아이들의 부담을 줄여야 다음에도 즐거운 관람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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