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전쟁의 세계사’… 인간의 역사를 바꾼 군사기술

  • 입력 2005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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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의 세계사/윌리엄 맥닐 지음·신미원 옮김/576쪽·2만5000원·이산

고대의 전쟁은 모든 것을 파괴하는 재난이었다. 대규모 병력의 동원은 곧 엄청난 군량과 보급품의 징발을 의미했다.

침략자들이 휩쓸고 간 곳은 사상자가 생길 뿐만 아니라 곡물과 가축의 약탈로 이듬해에 뿌릴 종자까지 씨가 마르고 들판은 황폐해졌다.

미국 시카고대 사학과 명예교수인 저자는 그것을 전염병과도 같은 피해라고 말했다.

이번에 함께 번역된 동일 저자의 ‘전염병의 역사’가 바이러스와 세균 같은 미시기생체가 어떻게 인간 역사에 영향을 끼쳤나를 분석했다면, ‘전쟁의 세계사’는 군사조직과 같은 거시기생체가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바꿔왔나를 분석한 책이다.

군사기술의 관점에서 인간 역사를 바라보면 정치사나 문화사와는 전혀 다른 연표를 작성할 수 있다.

기원전 35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시작된 청동무기와 갑옷의 사용은 엄청난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중앙집권형 제국의 탄생을 낳았다. 기원전 1800년경 발명된 가볍고 견고한 바퀴살을 이용한 이륜전차의 탄생은 이를 제작할 수 있는 전문적 직인들과 이를 관리하는 전투귀족의 탄생으로 이어져 봉건제적 국가형태를 낳았다.

기원전 1400년경 청동기에 비해 훨씬 구하기 쉽고 싼 철기의 발명은 평범한 목동이나 농민까지 전사로 만들었다.

이때 등장한 아시리아인들은 군장비의 표준화, 부대체계의 표준화, 능력에 따른 승진 등 군대 경영의 관료제적 원리와 공성(攻城)장비를 개발한 군사적 천재들이었다.

저자는 아시리아인들이 전차를 버리고 말에 탄 채 공격하는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는 점에서 기병의 창시자들이라고 설명한다. 기마병의 탄생은 기원전 8세기부터 14세기까지 이어진 약탈원정 시대의 개막이었다. 이 시대는 몽골고원에서 출발한 기마민족들에 의한 서쪽과 남쪽 농경지역의 점령과 재점령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런 패턴을 중지시킨 ‘전쟁의 상업화’에 주목한다. 저자는 철강생산이 폭증한 11세기 중국의 송대부터 인류의 행동양식이 상명하복의 군사문화에서 경제적 합리성을 추구하는 상업형으로 바뀌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상인의 치부는 지배계급인 사대부층의 반감을 낳아 일정 수준에서 멈췄다. 반면 유럽에선 군주의 전쟁비용을 부담하는 상인의 자본축적이 무한대로 가능했다.

또 군주와 대등한 청부계약관계를 맺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군인을 우대했다. 이들이 결합해 ‘군상복합체’를 형성함으로써 대포와 총, 군사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이 결국 군사적 우위를 낳았다는 것이다.

이는 19세기 후반 ‘산업화된 전쟁’으로 이어져 군산복합체로 발전했다. 그러나 치열한 군비 경쟁은 군수기업이 정부의 통제 아래로 들어가는 관제 기술 개발의 시대로 이어졌다. 상명하복의 ‘명령의 원리’가 부활되고 세계대전이란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합리성의 추구가 더욱 감당하기 힘든 비합리적 결과를 낳았다는 이런 역설에 대한 통찰과 부차적이라고 생각했던 군사기술이 인간의 제도와 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되짚어 보는 묘미가 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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