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비밀, 습지는 안다… 저습지서 유물 잇따라 출토

  • 입력 2005년 9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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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신창동 저습지에서 출토된 소쿠리(왼쪽)과 괭이
광주 신창동 저습지에서 출토된 소쿠리(왼쪽)과 괭이
올해 4월 7000여 년 전 망태기 발굴, 6월 7000여 년 전 그림이 있는 토기조각과 분석(糞石·분뇨 화석) 발굴, 9월 8000여 년 전 통나무배 발굴….

낙동강에서 약 2km 떨어진 경남 창녕군 부곡면 비봉리 신석기시대 저습지 유적 하층에서 선사시대 최고(最古) 유물이 잇달아 출토되고 있다. 대체 어떻게 한곳에서 이처럼 엄청난 유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그 비밀은 습지 유적에 숨어 있다.

▽습지의 비밀

1. ‘천연 밀폐 보존 창고’=1997년 광주 광산구 신창동 초기 철기시대 저습지 유적(기원전 1세기경)에선 가장 오래된 목제 악기와 목제 바퀴살이 나왔다. 우물 바닥, 연못 바닥도 습지다. 올해 6월 인천 계양산성 우물에서 가장 오래된 4세기경 백제 목간(木簡)이 발굴됐고, 1975년 경북 경주시 안압지 바닥에서 당시로선 가장 오래된 8세기 통나무배가 나오기도 했다.

물과 흙이 뒤섞여 있는 습지의 아래 지층은 완전 밀폐돼 있다. 공기는 물론 각종 균이나 곤충이 들어갈 틈이 없다. 따라서 습지 속에 묻혀 있는 유물은 훼손되지 않는다. 습지의 표면이 깎여 유물이 지상에 노출될 경우에는 훼손되지만, 습지 속에 완전히 갇혀 있으면 오랜 시간이 흘러도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다.

2. ‘선사시대 생활 유물의 보고’=습지에서 귀중한 목제 생활 유물이 무더기로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습지의 지리적 특성 때문. 습지는 대부분 바닷가나 강가에 인접하고 있다. 이는 선사시대 농경 및 어로 생활이 이뤄졌던 곳임을 의미한다. 선사시대의 생활유물은 대부분 나무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목제 생활 유물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습지 발굴의 어려움

습지 발굴 작업은 긴장의 연속이다. 유물이 지상으로 노출되는 순간, 공기와 만나면서 훼손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8000여 년 전 통나무배 발굴의 개가를 올린 국립김해박물관의 임학종 학예연구실장은 “발굴 과정에서 유물이 조금씩 노출되면 그 부분을 중성지나 거즈로 싸서 햇빛을 차단하고 습기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물을 완전히 들어내면 현장에서 곧바로 응급 보존조치를 취해야 한다. 광주 광산구 신창동 유적을 발굴한 조현종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장은 “습지와 동일한 조건의 보존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살균제의 일종인 붕사를 섞은 물에 목제 유물을 담가놓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발굴장에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주변을 H빔 등으로 완전히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궁무진한 발굴 가능성

국내의 저습지 유적 발굴이 시작된 것은 1980년대 후반. 저습지 유적 가운데 발굴이 이뤄진 곳도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 고고학계의 중론이다. 앞으로 발굴해야 할 저습지 유적이 많은 셈이다. 조 부장의 설명.

“저습지는 대부분 생활 유적이기 때문에 좋은 유물들이 나옵니다. 생활사 연구의 보고인 셈이죠, 발굴이 이뤄질 때마다 선사시대의 생활사는 계속 바뀔 겁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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