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樂·人·樂·談’ 권해효 오지혜 김영하 연극 도우미로 나서다

  • 입력 2005년 9월 7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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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가 돌아왔다” “오빠는 돌아… 버리겠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세 사람은 김영하의 소설 제목을 빗대 낄낄거렸다. 왼쪽부터 권해효, 오지혜, 김영하. 강병기 기자
“오빠가 돌아왔다” “오빠는 돌아… 버리겠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세 사람은 김영하의 소설 제목을 빗대 낄낄거렸다. 왼쪽부터 권해효, 오지혜, 김영하. 강병기 기자
유쾌한 ‘악인’들과 발랄한 ‘악담’을 즐겨보자!

배우 권해효와 오지혜 그리고 소설가 김영하가 연극을 위해 나섰다.

연극 무용 음악 등을 아우르는 다국적 공연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예술감독 김광림)가 올해 무게를 두고 기획한 ‘악인악담(樂人樂談)’. ‘즐거운 사람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눈다’는 뜻처럼 세 사람이 각각 공연전 관객과 만나 연극과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뒤 함께 연극을 보고 다시 이야기를 나누는 기획이다. 세 사람이 고른 작품은 각각 이번 예술제 최대 화제작. 3명의 ‘악인’들을 만나 ‘악담’을 미리 나눠봤다.

참여를 원하는 관객은 홈페이지 참조(www.spaf21.com). 참가비 각 1만5000원.

○ 악인악담은 ‘노가리’ 캐스팅?

김광림 예술 감독은 왜 이들에게 ‘악담’을 맡겼을까? 자리에 앉은 지 1분도 안 돼 궁금증은 풀렸다.

“언젠가 김영하와 오후 7시에 만나서 다음 날 오전 4시까지 술도 안 마시고 오로지 수다만 떤 적도 있다”(권해효)는 말은 과장이 아닐 만큼 입담들이 뛰어났다. 김영하의 말을 빌리자면, “‘악인악담’은 ‘노가리 캐스팅’이었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1시간이라는 말에 오지혜의 반응. “애걔, 워밍업만 1시간인데….”

뉴욕의 택시 운전사 이야기부터 소설가 박민규와 그의 소설, 군대 시절 목욕탕 이야기, 최근 인터넷 경매사이트에서 구입한 카메라, 김영하가 교수로 있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의 이야기까지 화제는 럭비공마냥 이리 저리 튀었고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웃음 속에서도 그들은 인생, 행복, 사회에 대해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간신히 이야기 틈을 비집고 “각자 고른 연극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했을 때는 이미 만난 지 1시간쯤 지난 뒤였다….

○ 권해효의 ‘빨간 도깨비’

나는 연극 자체에 좀 더 초점을 맞춰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이 작품은 최근 일본 연극계의 스타로 꼽히는 노다 히데키가 연출하고 최광일, 오용, 최수연 등 세 명의 국내 배우들이 출연하는 한일합작 연극이다. 어느 해안가에 표류해 온 한 남자가 마을 사람으로부터 빨간 도깨비로 몰리며 벌어지는 일을 다뤘다. 1996년 일본에서 만들어진 작품이지만 항상 공연이 올려지는 나라의 배우들을 출연시킨다. 배우로서도 전부터 꼭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관객들과 ‘배우 즐기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개인적으로는 최광일의 연기가 어떨지 궁금하다. 난 (이 연극을) 권해...요! 10월 13일 8시, 14, 15일 3시 7시반, 16일 3시. 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

○ 오지혜의 ‘2191 나이츠’

비주얼이 강한 캐나다 작품이다. 죽은 아들의 심장을 이식 받은 아버지의 이야기인데, 남편과 함께 장기기증서약을 한 나로서는 꼭 운명처럼 만난 작품 같다. 황우석 박사의 연구 성과로 요즘 ‘복제’에 대한 관심이 많다. 하지만 내겐 혼자 오래 사는 것은 행복이 아니다. 과연, 죽은 아들의 심장을 달고 사는 아버지는 행복할까? 내 딸, 내 남편,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오래 살아야 행복한거다. 이를 확대하면 ‘나’를 넘어 ‘다같이 잘사는 사회’가 돼야 행복하지 않을까? 과연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 28∼30일 8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한글 자막. 17세 이상.

○ 김영하의 ‘맥도날드의 광대, 로널드 이야기’

스페인 작품. 우유, 케첩, 요구르트, 파스타까지 온갖 음식과 음료수가 범벅이 돼 무대는 난장판이 되고 반라의 배우들이 그 위를 뒹군다.

공연 2시간 동안 관객을 충격 속으로 이끌 것 같다. 다른 나라에서 공연했을 때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맥도널드 햄버거’로 상징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에 대한 공격을 다뤘다고 할까. 스스로를 좀 이상하다고 여기는 사람, 남과 달리 독특한 취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본다면 좋아할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왜 이 작품을 보고 싶은 거지? 23일 오후 8시, 24일 6시, 25일 3시. 한글 자막. 서강대 메리홀 19세 이상.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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