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뿌리읽기]<175>戈(창 과)

  • 입력 2005년 3월 15일 17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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戈는 갑골문에서 긴 손잡이가 달린 낫 모양의 창을 그렸다. 이는 찌르기 좋도록 만들어진 矛(창 모)와는 달리 적을 베거나 찍기에 편리하도록 고안되었다. 戈는 고대 중국에서는 가장 대표적인 무기였고, 그래서 戈로 구성된 한자는 대부분 무기나 전쟁과 관련되어 있다.

예컨대, 戒(경계할 계)는 두 손으로(공·공) 창(戈)을 들고 지키는 모습을, 戟(창 극)은 낫 창인 戈와 뾰족 창인 矛의 기능을 하나로 합친 다기능 창을, 或(혹시 혹)은 國(나라 국)자의 원래 글자로 창(戈)을 들고 성곽(국·국)을 지키는 모습을 그렸다.

또 戍(지킬 수)는 창(戈)을 들고 지키는 사람(人·인)을 그렸는데, 이후 필획을 변화시켜 戌(개 술)로 분화했다. 그리고 戰(싸울 전)은 창(戈)과 사냥 도구(單·단)가 결합되어 고대사회에서 전쟁과 사냥이 한 데서 출발하였음을 말해 준다.

그러가 하면, V(도끼 월)은 날이 둥글고 큰 도끼 모양의 무기를 말하며, 이후 金(쇠 금)을 더한 鉞(도끼 월)로 의미를 더욱 구체화했는데, 여기에 이르면 戈의 의미가 일반적인 무기까지 확대되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我(나 아)는 원래 날이 여럿 달린 특수한 창을 그렸는데, 갑골문 당시 이미 ‘우리’라는 집체적 의미로만 쓰였다. 我가 ‘우리’를 뜻하게 된 것을 보통 가차로 보지만, 我에 羊(양) 장식물이 더해진 의장용 칼인 義(옳을 의)가 공동체 속에서 지켜야 할 ‘의리’를 그렸음을 고려해 볼 때, 我는 적을 치기 위한 대외용 무기가 아니라 내부의 적을 처단하고 이의 결속을 다지기 위한 대내용 무기로 보인다. 그렇다면 我가 ‘우리’의 의미로 쓰인 것은 뜻의 파생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추정은 羲(숨 희)에서도 증명된다. 羲는 갑골문에서 義와 머리가 잘린 돼지의 모습을 그려, 조상신에게 공동체의 안녕을 빌고 단결을 도모하고자 치렀던 제사 때 쓰던 희생물을 말한다. 이후 희생물이 兮(어조사 혜)로 변하고 뜻도 ‘숨’으로 가차되자, 원래의 ‘희생’은 牛(소 우)를 더한 犧(희생 희)로 분화하였다.

하영삼 경성대 교수 ysha@ks.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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