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학]‘지구의 생명을 보다’…지구는 살아있다

  • 입력 2005년 2월 25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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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괴한 황무지’로 손꼽히는 미국 뉴멕시코주 비스티 황무지. 7000만 년 전 이곳은 해변의 열대우림이었지만 차츰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비 바람이 진흙 언덕을 침식시키면서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진 제공 휘슬러
‘가장 기괴한 황무지’로 손꼽히는 미국 뉴멕시코주 비스티 황무지. 7000만 년 전 이곳은 해변의 열대우림이었지만 차츰 바닷물이 빠져나가고 비 바람이 진흙 언덕을 침식시키면서 이런 모습으로 바뀌었다. 사진 제공 휘슬러
◇지구의 생명을 보다/사이먼 윈체스터 등 지음·박영원 옮김/323쪽·4만5000원·휘슬러

프랑스 작가 미셸 투르니에는 소설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서 선원 방드르디가 탄 배를 난파로 몰고 간 것은 ‘물의 성벽’이라고 썼다. 해일을 두고 한 말이다. 어떤 해일은 마천루만큼 높다. 가장 높았다고 기록된 것은 1958년 7월 9일 알래스카 남부 리튜야 만을 때린 것으로 높이 524m였다. 해일은 거의 항공기 같은 속력으로 바다 위를 날듯이 질주하기도 한다. 1946년 4월 1일 하와이의 힐로를 덮친 것은 시속 700km였다.

미국에서 생기는 폭풍 토네이도는 평균 시속 50km 수준이다. 1999년 5월 3일 오클라호마 주 브리지크릭에서 발생한 것은 최고기록인 시속 508km였다. 이 책에 실린 자연의 위력 가운데 몇 가지 사례다. 이 책은 지구의 극단적 모습들을 지수화풍(地水火風) 4개의 장으로 나눠 보여준다. 지은이 11명은 미국 영국의 지질학자 극지탐험가 생태학자 요트선수 해양학자들이다. 이들 중 영국인 래눌프 피네스는 남극과 북극 오지를 끊임없이 탐험한 경력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생존 탐험가’로 이름이 올라 있다. 이들은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 긴 강, 파괴적이었던 허리케인과 같은 그야말로 기본적인 사항부터 가장 큰 대륙충돌, 가장 뜨거운 수중 등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사항들까지 약 150개를 한 면짜리 컬러사진과 함께 보여준다.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로 보는 ‘가이아(Gaia) 이론가’들이 아니더라도 이 책을 보면 정말 지구가 호흡이나 소화 같은 생명활동을 하고 있는 것만 같다.

내친 김에 거론된 항목들을 더 찾아보면, 가장 큰 대륙충돌은 아프가니스탄의 힌두쿠시 산맥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라시아 판과 인도호주 판이라는 두 개의 거대한 대륙판이 지금도 충돌하고 있다. 두 판은 매년 4.4cm씩 가까워지고 있으며 히말라야 산맥을 매년 5mm씩 밀어 올린다. 힌두쿠시는 ‘힌두의 살인자(Hindu Killer)’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이곳은 알렉산더와 칭기즈칸, 고구려 출신 당나라 장군 고선지의 정복로가 됐으며 큰 전투가 많이 벌어졌다.

심해저 열수구는 깊은 바다에서 뜨거운 물을 뿜어내는 구멍을 말한다. 이 물 온도는 섭씨 400도나 된다. 하지만 대부분 해저 2000m 이하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에 수압을 받아 끓지는 않는다. 대신 찬 바닷물과 반응해서 시커먼 연기 같은 모양으로 물 속에서 올라간다. 미국 오리건 주 근처의 바다에서 발견된 이 같은 ‘수중 연기’는 15층 건물 높이였다.

결국 이 책이 말하려는 것은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의 위대함이다. 바다와 섬, 연봉(連峰)과 빙하로 탐험에 나섰던 지은이들은 결코 어느 장소를 자신들이 ‘정복’했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 어마어마한 화산재가 꿈틀꿈틀 생물처럼 밀려 내려와 나날이 쑥쑥 커지는 화산섬을 바라보면서 ‘이 섬도 사람처럼 자라고 있구나, 그것도 거대하게’라고 느낄 뿐이라는 것이다. 원제는 ‘Extreme Earth’(2003년).

권기태 기자 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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