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美-英 순수창작물 퇴조속 팝뮤지컬 롱런

  • 입력 2005년 2월 17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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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는 매년 6월 한 해 동안 브로드웨이 무대에 새롭게 선보인 뮤지컬과 연극 중 최고 작품과 배우를 뽑는 토니상 시상식이 열린다. 그래서 시상식에 앞서 주목할 만한 대형 작품이 잇따라 무대에 올려지기 마련이다.

올해 브로드웨이에서는 롱런 히트작 ‘맘마미아’를 비롯해 자그마치 네 개나 되는 굵직한 팝 뮤지컬이 관객을 유혹할 것으로 보인다.

팝 뮤지컬은 유명 팝 가수의 히트곡에 스토리를 넣어 뮤지컬로 각색한 작품을 가리키는 말. 기존 노래에 맞춰 스토리를 짜깁기한다는 의미에서 ‘컴필레이션 뮤지컬’로도 불린다.

록밴드의 콘서트와 모던 댄스를 결합한 ‘무빙 아웃(Movin' out)’은 요즘 ‘브로드웨이 발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면서 주가를 올리고 있다. 1970년대 ‘피아노 맨’ 등의 노래로 국내 올드 팬에게도 낯익은 가수 빌리 조엘의 히트곡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

여기에 록 밴드 ‘비치 보이스’의 곡으로 만든 ‘굿 바이브레이션스(Good Vibrations)’와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를 되살린 ‘올 슈크 업(All Shook up)’도 가세한다.

한편 영국 런던의 웨스트엔드에서도 ‘맘마미아’의 대성공으로 팝 스타의 음악을 ‘퍼 올리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전설적인 록 그룹 ‘퀸’의 음악을 살린 ‘위 윌 록 유(We Will Rock You)’가 ‘맘마미아’와 함께 흥행 전선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 시즌의 최고 기대작도 국내에서 영화로 개봉돼 인기를 끈 ‘빌리 엘리엇(Billy Elliot)’. 팝 스타이자 뮤지컬 ‘아이다’의 작곡가 엘튼 존이 작곡했다.

이렇듯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가 팝 뮤지컬에 몰두하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투자자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뮤지컬은 ‘대박’이 터지면 원금의 수십 배를 받을 수 있지만 흥행 성공 확률은 10%를 밑도는 수준. 반면 팝 뮤지컬은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흥행 확률이 높아 투자자들이 선호한다.

‘맘마미아’는 토니상을 단 한 부문에서도 수상하지 못했지만 기록적인 흥행으로 엄청난 수익을 올렸다. 팝 뮤지컬, 리바이벌 작품, 영화나 소설을 각색한 뮤지컬은 원작에 대한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초기 홍보비를 줄일 수 있고 흥행에서도 유리하다.

이 때문에 순수 창작물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브로드웨이에서 2000년 이후 개막된 히트작 ‘프로듀서스(The Producers)’와 ‘헤어스프레이(Hairspray)’는 모두 영화를 각색한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내러티브를 제대로 갖춘 뮤지컬들도 꾸준히 제작됐지만 대부분 흥행에 참패했다. ‘지킬 앤드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최신작 ‘드라큘라’는 5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 시즌 개막한 가족 뮤지컬 ‘위키드(Wicked)’가 ‘라이언 킹’을 누르고 현재 매표 수익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오즈의 마법사’ 속편이라는 덕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제작 경향은 ‘순수한 창작물의 미래가 불투명한 가운데 과거의 영광에 기대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유명 밴드의 음악을 사용하는 비교적 ‘쉬운’ 길로 흥행을 좇고 있지만 뮤지컬 마니아 사이에서는 지나친 상업화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조용신 뮤지컬 칼럼니스트·yongshi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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