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강연요지.
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으로 삼는 것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많지만, 수요 공급에 의한 가격구조가 엄연한 미술품 시장에는 금융 논리를 무색케 할 정도의 투자 수익률이 존재한다. 외국 유명 작가의 예를 들어보자.
미국 작가 마크 로드코의 1954년 작품 ‘No.6’의 첫 경매가는 92만4000달러(약 9억5500만 원)였지만 7년 뒤인 지난해엔 약 18배인 1736만8000달러(약180억 원)를 기록했다. 윌렘 드 쿠닝의 ‘오레스테스’는 1986년 18만 달러(1억8600만 원)에서 2002년에는 1320만9500달러(약 136억5000만 원)에 낙찰돼 73배에 이르는 수익률을 올렸다. 16일 700만 파운드(약 135억4000만 원)에 팔려 화제가 된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도 소장자인 도리스 사치가 1991년에 5만 파운드(약 9670만 원)에 사 들였던 작품이다.
미술품 가격은 주식보다 변동이 더 심하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성공하는 것일까. 한 마디로 최고 수준의 미술품에 투자해야 한다.
보존상태, 출처, 희소성, 수요, 작품연도, 주제, 품질 등에서 완벽한 조건을 갖춘, 증권시장 용어로 말한다면 이른바 ‘블루칩’ 미술품을 구매해야 한다. 이런 작품들은 경기 침체기에도 살아남고 호황일 경우 가장 먼저 가격이 오른다.
여기서 말하는 블루칩이란, 당장 현재 유행하거나 화랑들이 보여 주는 작품이 아니다. 찾는 사람이 적더라도 질 높은 작품을 찾아야 한다. 당장 눈에 띄지는 않더라도 한 시대의 흐름을 대표할 수 있는 숨겨진 블루칩을 발굴해 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한다. 이는 결국, 많이 알고 많이 보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현대미술이냐, 인상주의냐, 근대미술이냐, 도자기냐 하는 선택은 투자자의 자유지만, 중요한 것은 작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규칙을 먼저 배우는 일이다. 그 다음 마음이 가는대로 따르라.
허문명 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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