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집중 기획]가계도 이젠 경영이다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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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새해를 맞아 ‘가정경제 업그레이드’ 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 저금리, 고령화 등 장단기 악재가 불거지면서 각 가정이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기 시작했다. 가정경제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를 극복한 기업들의 구조조정 경험을 거울삼아 수익성, 성장성, 안정성을 기준으로 가계의 체질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현대산업개발 홍보실 조영택(趙永澤·37) 과장은 올해 3월 고려대 언론대학원(야간) 석사과정에 입학할 예정이다. 앞으로 2년 6개월 동안 매주 이틀 저녁 시간과 연간 1200만 원의 학비를 투자해야 한다.

조 과장은 “평생직장이 사라지고 이른바 ‘사오정’(45세 정년) 시대가 돼 직장인으로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이같이 결심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부장인 이모 씨(45)는 올해 중학교 3학년과 1학년이 되는 두 아들의 사교육비를 지난해보다 30% 줄여 월 70만원씩 쓰기로 했다.

이 씨는 “조기 퇴직 및 노후 대비 자금을 한 푼이라도 더 모으기 위해 사교육비 거품을 빼기로 가족회의를 열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성영애(成英愛) 교수는 “기업이 신기술과 새 사업 개발에 투자하는 것처럼 조 과장은 자신의 가치와 가정경제의 성장성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부장은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이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수익성을 높인 것처럼 ‘소비 구조조정’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나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가계의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실직이나 노후를 대비하면 가계의 안정성도 높아진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신(新)경영 목표인 정보경영과 투명경영, 정도경영, 펀(fun)경영 등도 가정에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개발원 김종숙(金宗淑) 연구위원은 “가계를 살찌울 다양하고 정확한 정보를 많이 얻어야 하고 가정 구성원들이 모두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禹在龍) 사장은 “라이프사이클에 맞게 가정의 자원을 잘 배분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정경제 업그레이드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세계백화점 문화센터 주부 고객 105명 가운데 40명(38.1%)은 올해 가정 수입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 79명(75.2%)은 지출을 줄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강창희(姜敞熙) 소장은 “저금리와 고령화 현상은 가정경제에 밀려오는 해일과 같은 변화”라며 체계적인 대응을 당부했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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