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춘문예]문학평론부문 심사평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6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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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이 관심 있게 읽었던 응모작은 모두 다섯 편이다. 이 가운데 허서형 씨의 ‘두렵고도 낯선 유령극장’은 문제 인식의 탁월함에도 불구하고 소재주의적 관심에 함몰되어 지나치게 나열적인 논의로 흘러버렸다. 박혜숙 씨의 ‘이 겨울의 환’은 안정된 문체를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논의 자체가 평범한 결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강소연 씨의 ‘사랑의 몽상, 상한 세상을 치유하는 힘’은 관점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비평 문장으로서의 논리성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당선작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강유정 씨의 ‘끝없는 갱신, 위장된 그림자의 글쓰기’와 조강석 씨의 ‘생의 저인망식 구인’을 대비하면서 바로 ‘생의 저인망식 구인’을 당선작으로 뽑았다. 강 씨의 글은 작가 김영하의 최근작 두 편을 다루고 있다. 비평적 논점을 끌어내는 방법도 뛰어나고 문장도 명쾌하다. 그러나 자기 관점을 설득력 있게 전개하기 위해서는 논의 대상을 하나의 작품으로 한정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특히 소설 ‘검은 꽃’에 대한 분석은 지나치게 소략하다.

당선작이 된 조강석 씨의 글은 시인 이성복의 최근 시집을 다루고 있다. 이 시집에 대한 기성 평단의 논의와 맞서고자 하는 패기를 먼저 주목하고 싶다. 시적 모티프에 대한 치밀한 분석력과 함께 변화 있는 문장도 신선함을 자랑한다. 무엇보다 시인 이성복의 근작들을 특정 범주에 귀속시키지 않고 다양한 각도에서 여러 방법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을 비평적 포용이라는 이름으로 평가하고자 한다. 그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권영민 서울대 교수·문학평론가

최동호 고려대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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