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신춘문예]영화평론 심사평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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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9개 응모작 중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라온 8편 중 6편이 한국 영화나 감독을 다뤘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에코페미니즘으로 분석한 진은경과 박찬욱의 영화를 소리와 빛의 상호작용으로 분석한 김만석은 신선했으나 단평에서 저널적 감수성이 결여됐다. 고대권은 ‘도그빌’을 시선의 문제로 통찰했고, 김려실은 김기덕 영화 속 폭력의 문제를 징벌에 대한 교환과 대속이라는 틀로 풀었지만 이론적 착상이 흐릿했다.

한편 ‘범죄의 재구성’을 ‘케이퍼’라는 범죄 장르의 관점에서 푼 유지이는 장르 자체에 대한 탄탄한 이론이 아쉬웠다. ‘올드 보이’와 ‘빈집’에서의 폭력의 기원을 폭력의 인식론적인 관점에서 접근한 고동우는 단평과 장평 모두 동일 주제를 택해 걸림돌이 되었다.

심사위원들은 박찬욱과 김기덕 감독의 영화를 경계선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강유정의 글을 당선작 아닌, 가작으로 선정했다. 강유정은 두 감독의 영화 미학을 내러티브와 공간, 여성이라는 관점을 가로지르면서도 ‘경계’라는 논지를 힘 있게 밀고 나갔다. ‘주홍글씨’에 대한 단평 역시, 트렁크 시퀀스를 제왕절개로 비유하는 등 개성적 상상력과 통찰력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움직였다. 경합을 벌인 이수정의 김기덕 감독론은 시선의 문제와 페미니즘 모두가 기존의 김기덕 감독론에서 빈번히 다루어졌다는 점이 지적됐다. 영화 평론의 토대인 영화를 영화 매체로 접근하는 응모작들이 매우 부족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마치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하는 것 같은 영화평, 지식들로 가득 차 있는 인문학적인 서랍장 같은 영화평들이 횡행하고 있다.

심영섭 영화평론가

전찬일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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