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건강열풍 돌아보면]<1>참살이와 유기농 식품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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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한 해가 저물고 있다. 2004년 한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최고의 건강 화두(話頭)는 단연 참살이(웰빙) 열풍이었다. 사람들은 유기농 식품을 찾고 요가를 다녔다. 얼짱 몸짱 신드롬과 함께 몸만들기에도 여념이 없는 해였다. 본보 헬스팀은 올해 가장 관심이 많았던 건강 화두를 돌아보고 허와 실을 짚는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참살이 식탁의 주인공은 단연 유기농식품이다. 유기농 쌀, 유기농 야채, 유기농 두부, 유기농 과일… 유기농 잼과 빵, 호떡까지. 대형 식품업체와 백화점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반식품과의 가격차도 많이 좁혀졌다.

그러나 아무래도 가계에 조금 더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 유기농식품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을 때마다 고민이 든다. 유기농식품은 비싼 만큼 정말 몸에 더 좋은 것일까?

▽유기농식품이란=유기농식품은 유기농산물로 만들어진 식품이다. 보통 유기농산물과 친환경 농산물을 같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유기농산물은 친환경 농산물의 한 종류다.

13일까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 대서양홀에서 열리는 ‘친환경유기농박람회-식품소재 및 첨가물전 2004’에서는 각종 유기농산물과 유기농식품의 시식과 구매가 가능하다. 참살이의 상징인 유기농 식품은 건강보다는 삶의 태도와 관련이 있다.-사진 제공 친환경유기농박람회

정부는 2001년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마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 농산물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기간에 따라 △유기농산물(3년) △전환기 유기농산물(1년 이상) △무농약 농산물(화학비료는 사용) △저농약 농산물(농약을 허용기준치 2분의 1 이하로 사용) 등 4가지로 나뉜다.

국제 기준에는 ‘3년 이상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은 땅에서 재배한 농산물’이라는 유기농산물 기준만이 있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정한 ‘생산·가공·표시·판매 기준’을 통과해야 ‘유기’라는 단어를 붙일 수 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던 땅에서 유기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의 전환기가 필요하다. 아직 시작 단계인 국내 유기농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 기준에 약간 미흡한 작물에도 등급을 매긴 것이다.

유기농산물은 볏짚과 낙엽을 쌓아 발효시킨 퇴비나 외양간두엄 등 유기물만으로 길러진다. 병해충과 잡초의 방제에 화학 약품을 쓸 수 없다. 유기농산물은 종자부터 유기농업으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 유전자조작식품(GMO)의 종자도 유기농 대상에서 제외된다. 유기농 토양으로 인증을 받으려면 잔류농약은 물론 오염된 지하수의 유입 여부도 확인돼야 한다.

유기농산물은 일반농산물과 철저히 구별된 저장과 포장 과정을 거쳐유기농식품으로 시장에 나온다. 유기농식품의 공정이 일반식품보다 까다로울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위생 기준 등은 같다. 원료가 섞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정 과정을 나눠놓을 뿐이다.

▽유기농식품은 건강식품?=유기농식품에 일반식품보다 건강에 좋은 특별한 성분이 더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 시작된 유기농업은 건강에 대한 관심보다는 작물의 빠른 생장만을 중시해 자연환경을 해치는 화학비료와 농약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시작됐다.

유기농산물을 먹으면 농약과 화학비료 성분이 몸에 들어올 위험은 확실히 줄어든다. 농약을 직접 사용하는 농업 종사자의 농약 중독 피해는 심각하다. 그러나 농산물 섭취로 인해 농약과 화학비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이 밝혀진 바 없다.

전문가들은 유기농산물을 건강식품으로 맹신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삶을 위한 도구’로 이해하기를 권한다. 유기농업은 자연환경을 보전하고 비옥한 땅을 만든다. 지구를 건강하게 만들어 인간도 자연히 건강하게 만든다는 것이 유기농식품의 진정한 가치다.

(도움말=풀무원 유기농팀 배경근 연구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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