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대륙의 찬란한 기억:중국의 100개 박물관을 가다’

  • 입력 2004년 12월 3일 16시 47분


코멘트
중국 산시성 시안의 진시황 병마용은 1976년 발굴되기까지 80만여 일을 땅 속에서 보냈다. 2200여 년 전 최초의 중국 통일이 이루어질 때 현대인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지하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 책은 박물관을 소개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배후의 펄펄 뛰는 역사를 다룬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중국 산시성 시안의 진시황 병마용은 1976년 발굴되기까지 80만여 일을 땅 속에서 보냈다. 2200여 년 전 최초의 중국 통일이 이루어질 때 현대인이 상상할 수 없는 일이 지하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 책은 박물관을 소개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 배후의 펄펄 뛰는 역사를 다룬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대륙의 찬란한 기억:중국의 100개 박물관을 가다/광하해운문화공사 엮음 박지민 옮김 허영환 감수/612쪽·2만5000원·북폴리오

책 제목에 나오는 100이라는 숫자나 600쪽이 넘는 두께에 지레 지루하겠거니 넘겨짚지 말 일이다. 물론 중국 전역 1800여 곳의 박물관 중 엄선된 100곳이 소개된다. 그러나 박물관의 소장품을 시시콜콜하게 소개한 가이드북 정도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박물관은 유형의 유물들을 모아 놓는 곳이다. 무형의 것을 박물관에 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 책은 유형의 유물들을 소개하는 듯하면서 사실은 그 배후에 있는 무형의 것, 바로 역사를 이야기한다. 박물관을 이야기하는 듯하면서 그 박물관이 놓인 땅의 역사를 말하는 것이다.

장쑤(江蘇) 성 양저우(楊州) 박물관을 소개하는 장은 베이징(北京)에서 장쑤 성을 관통해 항저우(杭州)에까지 이르는 총길이 1794km의 징항(京杭) 대운하로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이 인공운하 옆에 양저우가 있다. 운하 덕에 교통의 요지가 된 양저우는 당나라 이후, 특히 명·청 시대에 중국에서 가장 번화한 도시였고 시인들은 화려한 이곳을 꿈에 그렸다.

그러나 가난한 시인들에게 양저우는 그저 유토피아였다. 두보(杜甫)는 양저우의 쌀값을 사람들에게 듣고는 가기를 포기했고, 장호(張祜)는 끝내 “죽어도 양저우에서, 묻혀도 양저우에서…”라고 읊을 수밖에 없었다.

양저우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에 대해 이 책은 거의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박물관의 궁극적인 목적이 그곳의 역사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이 책은 그 목적을 충실히 달성한다.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잘 알지 못했던 지식도 알려준다.

공자와 관우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그러나 공자의 가계가 2488년 동안 족보를 명확히 기록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공자부터 1999년 8월 25일 취푸(曲阜)에서 태어난 후손까지 공자의 모든 자손이 족보에 기록돼 있다는 것이다. 또 고대 중국에서 성인(聖人)의 무덤은 린(林)이라고 불렸는데 중국에서 이 린을 쓰는 무덤은 공자의 쿵린(孔林)과 관우의 관린(關林)밖에 없단다. 이 내용은 산시(山西) 성 운성(運城) 시 박물관과 산둥(山東) 성 취푸 공자박물관 장에 나온다.

다민족 국가이니만큼 여러 민족들의 박물관도 소개된다.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박물관, 티베트 박물관, 회족(回族)자치구 박물관에 룽징(龍井) 조선민속박물관도 있다. 이런 장들은 인류학의 민족지(民族誌)처럼 소수민족의 역사와 풍습을 찬찬히 소개한다.

조선족의 풍습을 소개하는 내용 중 “김치는 귀한 손님이나 편한 손님이나 상관없이 반드시 상에 올려야 할 음식이다”라거나 “조선족 여자는 어려서부터 머리에 물건을 이는 법을 배운다” 같은 구절을 읽으면 조선족과 한국의 시간적 거리가 새삼 느껴진다. 이 책은 순서를 무시하고 아무 장이나 손가는 대로 읽어도 무리가 없다. 가방 속에 넣고 다니면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슬금슬금 한 장씩 읽어도 좋을 듯하다. 중국 전역을 시공간으로 종횡무진하는 동안 6000년 중국의 역사가 당신의 눈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