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신간]‘꽃’은 졌어도 詩는 남았습니다

  • 입력 2004년 12월 1일 18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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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타계한 김춘수 시인이 8월 쓰러지기 직전 손수 엮은 마지막 시집 ‘달개비 꽃’(144쪽·8000원·현대문학)이 3일 출간된다.

이번 시집에는 미발표 작 ‘거지 황아전’ 등 모두 65편의 시가 실려 있다. 만년의 뜨거운 창작욕의 결실이라 할 만한 시집은 투명하고 순수했던 고인의 맑은 영혼을 드러낸다. 관념과 의식에 치중했던 초기의 ‘무의미시’가 아니라 사실적이고 읽기 편한 시들이어서 거장의 말년의 내면세계를 엿보게 한다.

‘내 눈시울은 눈물에 젖고’(‘손을 잡는다고’ 중)라거나 ‘가도 가도 꿈이 보이지 않았다’(‘불면을 위하여’ 중), ‘기다림만 제 혼자 기다리고 있다’(‘체 게바라’ 중) 등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동심의 시 세계를 느끼게 한다.

근작시들에는 죽음을 예감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도 있다. ‘잠이 든다/잠이 들면 거기가 내 집’(‘장 피에르 시몽’ 중), ‘내 생가가 눈을 맞고 있다. 내 눈에/참 오랜만에 보인다.’(‘강설’ 중) 등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 있는 노시인의 내면 풍경으로 보인다.

고이 잠드소서
1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영결식 후 장지인 광주 공원묘지로 향하는 김춘수 시인의 운구행렬. -연합

이번 시집에 이어 ‘김춘수 대표 에세이’와 고인이 직접 뽑은 시 50편에 최용대 화백의 그림을 곁들인 시화집도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울고 가는 저 기러기는/알리라,/하늘 위에 하늘이 있다./울지 않는 저 콩새는 알리라,/누가 보냈을까,/한밤에 숨어서 앙금앙금 눈 뜨는.’ (‘달개비 꽃’ 전문)

한편 고인의 장례식이 1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영결식장에서 거행됐다. 이날 장례식은 문인 등 사회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인장(詩人葬)으로 치러졌다. 고인의 유해는 부인이 묻혀 있는 경기 광주시 공원묘지에 안장됐다.

허문명기자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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