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선물=금반지? 글쎄요” 실질가치 20년새 4분의1로 줄어

  • 입력 2004년 11월 15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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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숙씨(34·여)는 최근 큰아이의 돌과 작은아이의 백일 때 선물 받은 금 20돈으로 자신의 목걸이·팔찌 세트를 만들었다.

이씨는 “금은방에 가져가 팔려니 한 돈에 수수료 6000원씩을 내라고 요구했다”며 “12만원을 고스란히 손해 보느니 장신구를 장만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 20여년을 보관하자니 금의 가치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팔아치우자니 수수료가 아깝다.

금반지는 돌이나 백일잔치의 대표적 선물이 됐지만 고려시대 이전부터 유래해 온 돌잔치의 풍습에 비하면 ‘역사’가 그다지 길지 않다.

안동대 민속학과 임재해 교수는 “전통적으로 부조는 돈이 아닌 현물로 하는 게 원칙인 데다 금반지는 환금성이 높아 언제든 아이의 ‘삶의 밑천’이 될 수 있다”며 “그러나 국내에 확산된 것은 기껏해야 20∼30년 전”이라고 말했다.

재테크 전문가는 “삶의 밑천이 될 선물을 고른다면 금반지는 그렇게 좋은 선택이 아니다”라고 조언한다. 근거는 최근 20여년의 국내외 금값 동향.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 1g의 가격(한 돈은 3.75g)은 1980년 1만388원에서 2004년 10월 현재 1만6261원으로 56.5% 올랐다. 그러나 같은 기간 국내 소비자 물가지수(2000년 100 기준)는 33.2에서 115.9로 249.1% 올랐다.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금 1g의 실질가치는 20여년에 걸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 만일 금 1g의 가격인 1만388원을 연 복리 5%로 24년간 예치했다면 현재 금 가격인 1만6261원의 두 배에 이르는 3만3499원이 된다.

하나은행 백궁지점 김성엽 지점장은 “최근 금 1돈 가격이 7만원 내외인 만큼 아예 10만원을 예치한 예금통장을 선물하는 고객도 있다”며 “국내엔 장기복리 상품이 없어 부모가 매년 원금과 이자를 다시 예치해야 한다는 게 수고스럽지만 금반지보다는 통장이 좋은 선물”이라고 조언했다.

또 금값은 국제시세에 따라 요동을 쳐 좋은 시기에 팔기도 쉽지 않다.

김 지점장은 “최근 4, 5년 동안 국제정세의 불안 등으로 안전 실물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져 금값이 갑자기 크게 올랐다는 점도 고려하라”고 말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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