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전통 참선법이냐 제3 수행법이냐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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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의 진정한 가치를 따져보고 올바른 수행체계를 세우기 위해 13일 선승들이 대구 동화사에 모여 토론을 벌였다. 법회 앞줄에 앉아있는 스님들이 토론을 벌인 선승들. 대구=민동용기자
한국 불교의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의 진정한 가치를 따져보고 올바른 수행체계를 세우기 위해 13일 선승들이 대구 동화사에 모여 토론을 벌였다. 법회 앞줄에 앉아있는 스님들이 토론을 벌인 선승들. 대구=민동용기자
한국 불교의 간화선(看話禪·잡은 화두의 의심을 깨뜨리기 위해 좌선해 정신을 집중하는 수행법)은 위기에 처해 있는가.

최근 위파사나, 동사섭, 아바타 등 제3의 수행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 불교의 전통적 참선 수행법인 간화선의 가치와 효용을 재조명하는 선승(禪僧)들의 ‘담선(談禪) 대법회’가 13일 오후 대구 동화사에서 열렸다.

이날 법회에는 불교계에서 법력을 인정받는 선승인 고우(古愚·경북 봉화군 각화사 태백선원장) 스님, 지환(智幻·조계종 기본선원장) 스님, 성본(性本·동국대 교수) 스님, 월암(月庵·경북 경주시 칠불암 주지) 스님, 지운(智雲·대구 용연사 주지) 스님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먼저 간화선에서 과연 화두를 의심하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해 선승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월암 스님은 “본래 불성(佛性)인 참모습을 찾기 위해 사무치도록 간절하게 참구(參究·꿰뚫어 밝히기 위해 집중함)해야 하는 것”이라며 “옛 스승들은 ‘간절할 절(切)자를 이마에 붙이고 다녀라’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지운 스님은 “화두의 참구란 주관과 객관을 해체하는 법을 깨닫는 것으로 결국 주관과 객관이 없는 본연의 마음자세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본 스님은 “화두를 의심하라는 말은 결국 중생심(衆生心·번뇌와 미혹한 마음)을 일으키라는 것과 같다”며 ‘무(無)’자 화두를 강조했다. 그는 “‘무’자는 차별적인 언어가 아닌 근원적인 자기 본래심을 제시하는 것으로 분별, 고통의 이원론적 차별에 떨어진 중생심을 불심으로 되돌리는 방편”이라며 “아울러 선지식의 법문을 듣거나 경전을 읽어 지혜를 얻어야 수행에서 판단 능력을 얻게 된다”고 밝혔다.

이에 월암 스님은 “무자 화두만 화두이고 나머지는 경전을 봐야 한다는 말은 독단”이라며 “중국 경전의 ‘일개무’라는 말은 ‘무’자 화두밖에 없다는 말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고우 스님도 “역대 조사(祖師)들은 모든 화두는 의심해야 한다고 가르쳤다”며 “‘무’자 화두뿐 아니라 다른 어떤 화두를 해도 상관이 없다”고 비판했다.

‘돈오돈수(頓悟頓修), 돈오점수(頓悟漸修)’에 대한 해석도 의견이 달랐다.

성본 스님은 “돈오는 불성을 깨닫는 것으로 그걸로 끝나야지 다음에 천천히 닦든, 빨리 닦든 ‘수’를 붙이는 것은 잘못”이라며 “돈오는 시간적 개념으로 해석할 것이 아니라 중생심에서 불심으로 가는 논리적 사고를 뜻한다”고 말했다.

이에 고우 스님은 “돈오돈수는 한번 깨치면 이후 어디에도 걸리지 않고 평상심을 유지한다는 말이며, 돈오점수는 이치는 깨달았으나 이후 사변(思辨)에서 자유자재하지 않다는 뜻”이라며 “사람의 근기(根機·수행자의 능력이나 소질)에 따른 두 가지 수행법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구=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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