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내 비판언론엔 그토록 민감하면서

  • 입력 2004년 10월 7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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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의 국정홍보처 국정감사에서 국내외 언론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식이 집중 추궁됐다. 의원들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국내 언론엔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면서 해외 언론엔 너무 소극적인 것 아니냐”고 따졌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출범 후 해외 언론의 잘못된 보도는 수없이 많았다. 특히 문제가 심각한 오보가 40여건이나 되는데도 국정홍보처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중에는 ‘한국의 성매매 청소년이 50만명이나 된다’는 등 악의적 보도도 있었다. 해외 인터넷사이트에도 한국을 비하하는 글이 적지 않다.

이는 정부 부처가 국내 언론의 비판적 보도에 대해 시시콜콜한 일까지 따지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해 4월 이후 1년 반 동안 각 부처는 모두 718건을 ‘문제 보도’로 분류해 정정, 중재신청, 소송, 해명자료 배포 등의 조치를 취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1∼2건꼴이다.

국정홍보처는 잘못된 해외언론 보도의 80% 이상이 정정, 반론, 사과문 형식을 통해 시정됐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단 잘못 보도된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면서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으리란 점은 분명하다. 국가 이미지가 나빠지면 관광객이나 기업가에게 ‘한국은 피하고 싶은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밖에 없다. 국정홍보처가 뭐하는 곳인지, 해외홍보원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해외 언론 보도에 잘못이 드러났을 때는 즉각 대처해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나 그에 앞서 체계적이고 능동적인 홍보로 국가 이미지 훼손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국정홍보처의 기본업무다. 비판적 국내언론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대응하느라 정작 국가홍보에는 소홀하지 않았는지 반성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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