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스트레스 날려보세요]남편은 송편빚고…시아버지 장 보고

  • 입력 2004년 9월 20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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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두부 굽네/이것쯤은 가비얍네/이번에는 나물 볶네/ 네가지나 볶았다네/냄비 꺼내 탕 끓이네/ 친정엄마 생각나네…남자들은 티비보네/뒤통수를 째려봤네.”

추석을 앞두고 주부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아줌마닷컴에 올라온 글이다.

사실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명절은 ‘노동절’이다. 명절연휴에 이어지는 부엌일에 대한 부담은 물론 철저한 남녀불평등이 명절문화 속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달 초부터 여성 포털사이트에는 명절증후군을 하소연하는 주부들의 사연과 이를 극복한 사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줌마닷컴에서는 이달 말까지 ‘2004 즐거워라, 우리명절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에서는 이번 추석을 계기로 ‘고부갈등 아카데미’라는 카페(http://cafe.daum.net/gobua)를 개설해 여성들의 고민을 나누도록 하고 있다.

평등명절 만들기를 주제로 한 ‘아름다운 도전 17인’ 이야기(한국여성민우회 주최)에 당선된 유기혁(40·사업) 강성미씨(35·서울 양천구 목동) 부부와 이세춘(43·회사원) 박혜수씨(39·경기 광명시 광명동) 부부, 그리고 아줌마닷컴과 마이클럽닷컴에 올라온 사례를 중심으로 주부들의 고민과 새로운 명절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모았다.》

▽ 시댁에서 열심히 일하고 일찍 친정으로

또다른 ‘평등한 명절 만들기’ 공모전 당선자인 이세춘 박혜수씨 부부. 박씨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명절 직후 친정방문’을 명절증후군의 해소책으로 꼽았다. -박영대기자

마이닷컴에 글을 올린 주부는 “남편이 토요일 출근을 안 해 토요일은 그냥 집에 있고 일요일이나 월요일에 가려고 하는데 시댁에서 뭐라 할지 걱정된다”고 다른 주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한 주부 네티즌(skylove)은 “일요일에 가서 장은 못 봐도 음식장만은 거들어야 한다”며 자신의 경우 동서가 당일 날 와서 밥만 먹고 가는데 얄밉다고 전했다. 이 주부는 “최소한 음식장만을 거들어야 나중에 할말을 다하고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부(9gongtan)는 “시댁에서 토요일에 오라고 하지만 27일 새벽에 갈 예정”이라며 “그 대신 열심히 일할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네티즌(홀로서기)은 “명절 전 일찍 시댁에 가는 대신 일찍 친정으로 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 쇼핑부터 음식장만까지 남자도 함께

2년 전 분가한 유기혁씨 가족은 경기 파주시 조리읍 본가를 이번 토요일 방문할 예정이다. 대전의 큰형 가족 역시 이때쯤이면 본가에 도착한다. 둘째며느리지만 시부모를 모셨던 때문인지 강성미씨는 스스럼없이 시아버지(75)에게 “이것 좀 사다주세요”하고 부탁한다.

“처음엔 한두 가지를 부탁하다가 나중엔 목록을 만들어 부탁합니다. 며느리 부탁을 물리칠 시아버지는 없어요. 남편에겐 집에서 송편을 만들 때 도와달라고 합니다. ‘당신 닮은 송편 하나만 만들어주면 차례상에 올릴 때 제일 꼭대기에 올려주겠다’고 약속하면 금방 부탁을 들어줍니다.”

20명이나 되는 가족들의 음식을 준비하려면 허리가 뻐근한데 그래도 남자들이 거들면 한결 낫다. 애교가 많은 강씨는 시동생(33)까지 명절 음식장만에 동참시키지만 남편 친구들이 불러내는 데는 방법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 친정에 찾아간 남편, 아들보다 더 깍듯

또다른 ‘평등한 명절 만들기’ 공모전 당선자인 이세춘 박혜수씨 부부. 박씨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명절 직후 친정방문’을 명절증후군의 해소책으로 꼽았다. -박영대기자

시어머니(78)를 모시고 사는 막내며느리 박혜수씨는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는 않지만 추석 때 가족들이 모이면 부담이 크다. 큰 동서가 추석 전날 음식을 마련해 오지만 아무래도 손님을 치러야하는 박씨가 가장 많은 신경을 쓰게 마련이다.

이세춘씨는 “막내며느리로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아내에게 고맙다”며 “집에서는 어머니 편을 들고 아내와 단둘이 있을 때나 밖에 나와서는 아내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말했다.

명절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상대적으로 친정을 챙기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박씨는 “친정에서는 장녀인데 추석 다음날 친정에 가면 남편이 맏사위 노릇을 톡톡히 하기 때문에 쌓였던 불만이 해소된다”고 전했다.

“사위라도 장모 다리 주물러주는 것이 쉽지는 않잖아요. 얼마 전 친정어머니가 허리가 아팠을 때 하루가 멀다 하고 얼굴 내밀고 다리를 주물러 주니 코끝이 찡했습니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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