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사학계 원로 한영우교수 “서울만한 首都없다”

  • 입력 2004년 9월 6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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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학계 원로인 한영우(韓永愚·사진) 한림대 한림과학원 특임교수가 “서울은 계속해서 대한민국의 수도로 남아야 하며 통일 후의 수도 역시 서울이나 그 인근에서 선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서울시사편찬위원회(위원장 원영환·元永煥)가 9일 서울역사박물관 대강당에서 개최하는 ‘한성 백제의 역사와 문화’라는 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기조강연문 ‘한성 백제와 서울의 역사’에서 이렇게 밝혔다. 》

한 교수는 그 근거로 먼저 “서울이 수도로서 쌓아 온 이미지와 브랜드는 일조일석에 이뤄진 것이 아니며 강제적으로 이뤄진 것도 아니고, 한성 백제부터 시작된 2000년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최근 서울에서 백제 유적이 속속 발굴되면서 백제의 도읍지였던 위례성이 지금의 송파구 석촌동-몽촌토성-풍납토성 일대와 경기 하남시 춘궁리 등을 연결하는 지역임이 거의 틀림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즉, 31명의 왕이 재위한 678년의 백제 역사 중 493년간 21명의 임금이 한성을 도읍으로 통치했다는 것.

또 서울은 고려시대에는 수도에 준하는 남경으로서 300여년간 삼국문화를 융합시켰고, 최초의 한반도 통일국가인 조선에 와서는 새로운 민족문화를 발생시켜 수도로서의 기능을 완성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울은 단지 조선왕조의 왕도로 정해진 태조 때를 기준으로 ‘600년사’로 볼 것이 아니라 한성 백제부터 시작해 ‘20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근거로 한 교수는 “조선왕조 500년 역사를 꾸려오면서 수도 이전 문제가 거의 일어나지 않은 것은 한반도에서 산천의 배치 등 지리적 위치를 볼 때 서울을 능가하는 입지조건을 갖춘 곳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서울과 수도권의 비대화와 집중화는 분명 문제를 안고 있다”며 “그러나 서울의 부정적 측면만 있다 하여 수도를 옮겨야 해결된다고 보는 데는 의문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도권의 부정적 측면을 해결할 대안으로 지방에 특성화된 기획도시를 육성하는 지방분권을 제시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이어 “지금은 ‘후삼국’시대와 같은 양상의 지역의식이 존재하는데 그런 의식들을 한데 모아 극복할 수 있는 용광로 같은 곳으로 서울만 한 데가 없다”며 “경제적 측면만이 아니라 문화적, 역사적, 심리적, 국민 정서적 관점을 아울러서 수도 이전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수도 이전이 실행되든 안 되든 서울은 한국 제1의 도시이자 역사도시로 항구적으로 남게 될 것”이라며 “미래의 서울은 서로 깊은 함수관계에 있는 환경과 역사를 어떻게 함께 잘 살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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