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KBS, 시청료 받을 자격 있나

  • 입력 2004년 9월 5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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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학자금 무상지원을 융자로 전환하라는 감사원 지적을 두 차례나 묵살하고, 광고 수주가 줄었다며 한국방송광고공사에 압력을 가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사프로그램에서는 국가보안법의 존치 필요성을 강조한 대법원의 판결문을 일방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이러고도 KBS를 국가기간방송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구나 이 같은 KBS의 파행 운영은 정연주 사장, 이종수 이사장이 앞장선 것이었다. 정 사장이 강조해 온 ‘개혁’이란 결국 자사 이익을 위해서는 정부 시책까지 무시해도 된다는 것이었는지 묻고 싶다. 노사 합의를 거론하며 67억원을 사내근로복지기금에 편법 출연하기로 결정했다니, 이것이야말로 방만 경영의 표본이 아닌가.

방송의 공적 책임에 관한 사항을 감독해야 할 KBS 이사진의 행태도 실망스럽다. 실행하지는 않았다지만 KBS의 광고 감소에 대해 방송 카메라까지 동원해 광고공사를 항의 방문하려 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광주·전남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고문을 지냈던 이 이사장의 민주언론에 대한 의식이 그 정도였던가.

현행 방송법에 따르면 KBS는 공정하고 건전한 방송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설립된 국가기간방송이다. 민주적 질서를 지키는 방송의 공적책임은 물론, 공정성과 공익성을 실현하는 것이 KBS의 책무다. 국민이 세금처럼 수신료를 내는 것도 KBS가 재정적 부담 없이 주어진 책무를 이행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KBS는 혈세와 다름없는 수신료를 직원에게 편법으로 나눠주고, 방송의 위력을 이용해 광고 압력을 넣으려 하고, 편파적인 보도로 국민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방송사가 과연 수신료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따져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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