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곤 교수의 Really?]목욕탕서 노래하면 누구나 명가수

  • 입력 2004년 8월 10일 19시 16분


코멘트
목욕탕에서 노래를 부르면 더 멋있게 들리고 노래하기도 편하다는 것을 많은 사람이 느꼈을 것이다. 물론 목욕할 때는 기분도 느긋하고 아무도 자기 노래를 듣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안정감도 있다. 그래서인지 외국에는 ‘목욕탕 노래부르기 시합’도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물리적인 원인 두 가지가 있다.

집 안의 물에 젖기 쉬운 곳에는 딱딱한 재질의 바닥과 벽을 사용한다. 바로 목욕탕처럼. 좁고 밀폐된 목욕탕에서 나는 소리는 딱딱한 벽과 바닥에서 계속 반사돼 오랫동안 남아 있다. 보통의 재질에 비해 소리가 거의 흡수되지 않고 반사되는 것이다. 이 효과를 ‘반향현상’이라고 한다.

목욕탕이 작을수록 작은 소리가 진행하는 거리가 짧으므로 소리는 매우 빨리 왔다갔다 한다. 그래서 혼자 부른 노래가 이중창이나 삼중창처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고 착각하게 만든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세히 노랫소리를 들어 보면 어떤 높이의 소리는 다른 높이의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왜 그럴까.

딱딱한 벽은 특정한 진동수(고유진동수)에 대해서는 아주 큰 진동을 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고유진동수는 물체(벽)의 재질과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 노래를 부를 때 여러 종류의 소리가 벽에 부딪히면 다른 소리들은 그냥 반사하지만, 고유진동수에 해당되는 소리에 대해서는 벽이 크게 진동하며 더 큰 소리를 내게 된다. 바로 ‘공명의 원리’다. 벽은 자신의 노랫소리 가운데 ‘궁합’이 맞는 특정 음을 더욱 크게 반사시키는 것이다.

‘공명의 원리’는 놀이터의 그네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네를 아무렇게나 밀면 흔들리기는 하지만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하지만 특정한 진동수로 밀어주면 힘을 별로 들이지 않아도 그네가 점점 높이 올라간다. 만일 노래방 기계에 이런 특성을 갖춘 ‘목욕탕 모드’를 설치한다면 찾는 사람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chay@korea.ac.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