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희 부총장 “냉전시대 탄압겪으며 北方연구 권위지로”

  • 입력 2004년 3월 22일 20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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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지 ‘중소연구’의 산파역 유세희 한양대 부총장.    -김미옥기자
학술지 ‘중소연구’의 산파역 유세희 한양대 부총장. -김미옥기자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가 계간으로 발행하는 학술잡지 ‘중소연구(中蘇硏究)’가 최근 지령 100호를 맞았다. 중국과 구소련에 대한 학술지로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잡지다. 올해는 1974년 12월 중국연구소로 시작한 아태지역연구센터(구 중소연구소)가 출범한 지 3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유세희 한양대 부총장은 창립 첫해부터 1996년까지 중소연구소장을 지냈으며 ‘중소연구’의 산증인 역할을 해 왔다. 냉전시대에 잡지를 발행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지령 100호를 맞아 감회가 남다른 표정이다.

“1970년대 말 게재된 논문의 일부 표현이 중국의 공산화 과정을 미화했다는 이유로 이미 배포한 잡지를 전부 회수해야했던 적도 있었어요. 지금 시각으론 문제될 게 없지만 당시는 반공법의 서슬이 시퍼♬죠. 80년대 중반에는 중국의 개혁개방 실상을 알리기 위해 ‘중소연구’에 소개된 자료를 묶어 ‘오늘의 중국대륙’이란 책을 냈다가 판금조치를 당하기도 했고요.”

이런 환경에서도 꾸준히 발간된 ‘중소연구’는 중국과 러시아 전문가들이 활동하는 마당 역할을 해 왔다.

“당시 중국과 소련 관련 자료로는 ‘인민일보’와 ‘프라우다’ 같은 신문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중소연구소는 민간연구소 중 처음으로 당시 중앙정보부의 인가를 받아 ‘불온자료 열람실’을 운영하며 ‘중소연구’ 회원들에게 이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했어요. 오늘날 국내 중국과 소련 전문가 대다수가 이곳을 거쳐 갔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중국 연구는 활발한 반면 러시아 연구는 답보상태다. 그러나 아태지역연구센터는 올해 14차를 맞는 러시아과학아카데미 극동문제연구소와 공동학술회의를 지속하며 러시아 연구에도 매진하고 있다. 구소련이 붕괴했는데도 ‘중소연구’라는 이름을 지키는 이유는 뭘까.

“창간호부터 해외 주요 대학과 연구소 100여곳에 배포를 했습니다. 중국과 구소련에 보낸 책들은 2, 3년간은 전부 반송되더니 점차 반송분이 사라졌죠. 1980년대 말 중국과 소련 방문이 가능해지면서 만난 양국 학자들이 첫 대면임에도 반가워한 것은 ‘중소연구’의 명성 때문이었어요. 그래서 연구 지역이 미국과 일본으로까지 확대됐지만 잡지 이름은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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