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팀 간다라 유물 현지 발굴… 1차발굴서 개가

  • 입력 2004년 3월 15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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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똑한 콧날에 갸름한 턱선을 간직한 아름다운 불두상(佛頭像), 신라 처용탈과 흡사해 보이는 토기 탈, 온전한 형태로 발견된 1500년 전의 등잔.

불상의 탄생지이자 중국과 한국 불교 미술의 원류로 평가되는 간다라 유적에 대한 한국 유물 발굴팀이 거둔 첫 수확이다. 동국대 문명대 교수팀은 2월 파키스탄 탁실라 후기 간다라 문명(5세기)의 대표적 유적지로 꼽히는 조울리안Ⅰ 사원지 옆 조울리안Ⅱ 사원지에서 16일간의 1차 발굴 작업 끝에 불두상(佛頭像) 1점, 대형 탈 파편 1점, 등잔 3점 등을 발굴했다고 15일 밝혔다.

간다라 미술은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와 인도의 불교문화가 접목된 미술. 간다라 유적지는 파키스탄 페샤와르 지역을 중심으로 카불 강(인더스 강의 지류) 하류 평원지대에 펼쳐져 있다. 그 중 탁실라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을 만큼 전, 후기의 간다라 유적들이 고르게 분포된 지역.

이번 문 교수팀의 발굴성과는 대부분 도굴됐다고 여겨져 수 십 년간 방치됐던 탁실라의 유적지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고고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문 교수는 “간다라 유적은 세계적 문명사 연구와 한국 불교문화의 원류 찾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지만 서구문화와 동양문화가 결합한 역사상 첫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간다라 유적의 해외 발굴팀으로는 일본에 이어 아시아 국가로서 한국이 두 번째로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번 발굴로 한국은 파키스탄 정부의 허가를 받아 해당 유물들을 국내에서 전시할 수 있는 가능성도 커졌다.

이번 출토 유물 중 가장 주목받는 것은 실물 크기의 대형 토기 탈 조각. 간다라 유물 중 탈이 발견된 것은 1910년대 간다라 유적을 발굴했던 영국의 고고학자 J H 마셜이 찾아낸 손가락 크기의 작은 탈 조각이 유일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탈 파편은 실물 크기인데다 굵은 눈썹, 눈 속에 원형 눈동자까지 그려 넣은 것으로 경주에서 출토된 신라의 조각상과 유사한 형태다. 따라서 이번에 나온 탈 조각은 서역인으로 추정되는 처용과 처용탈의 원류가 고대 인도와 연관돼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제공하는 것. 문 교수는 “통일신라 시기 당나라에서 인도여행을 떠날 때 길잡이로 신라사람을 고를 만큼 신라와 인도의 교류는 왕성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번에 발굴된 등잔은 벽을 파고 그 안에 불상 등을 안치하는 감실(監室) 속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견돼 주목됐다. 섬세한 곡선미가 돋보인다는 평.

한편 이번 1차 발굴에서는 ‘조울리안Ⅱ’ 사원지의 탑지 규모가 ‘조울리안Ⅰ’을 능가한다는 점이 새롭게 드러나 내년 2월로 예정된 한국 발굴팀의 2차 발굴에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이번 발굴 작업은 학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은 한국불교미술사학회 주관으로 이뤄졌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


파키스탄의 탁실라 간다라 유적에서 한국발굴팀이 찾아낸 토기로 만든 탈 파편(왼쪽·얼굴중 머리와 눈 부분)과 경주 석장사에서 출토된 진흙으로 만든 두상. 사선이 그어진 굵은 눈썹과 눈에 원형의 눈동자를 그려 넣은 점이 닮았다. -사진제공 문명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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