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겨울철 불청객 '레이노 현상'…"손발이 하얗게"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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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제공 비주얼에이드
그래픽제공 비주얼에이드
《주부 최모씨(43·경기 포천시)는 20대 초반부터 겨울만 닥치면 손가락이 하얗고 파래지다가 시간이 지나면 약한 통증과 함께

원래의 색깔로 돌아오곤 했다. 집 근처 한의원에서 ‘수족냉증’이라는 말을 듣고 몸을 보하고 피를 잘 돌게 한다는 보약을 먹고 침도 맞았다. 또 약국에서 혈액순환개선제를 구입해 복용했지만 증세는 점점 심해졌다. 최근엔 추위에 약간만 노출돼도 손의 색깔이 검푸르게 변하고 통증도 심해졌다. 보험설계사로서 바깥을 돌아다니던 일이 많던 최씨는 결국 하던 일까지 관뒀지만 지금은 설거지나 손빨래도 힘들어하고 있다. 김씨가 겪는 증세를

‘레이노현상’이라고 한다. 인구의 3∼5%에서 발생할 정도로

흔하며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정도 많다. 레이노현상은 1862년 프랑스 의사 모리스 레이노가 추위에 노출되거나 감정이 격해진 사람에게서 손의 색깔이 변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성을 따서 붙였다. 레이노현상은 지난해 겨울 외근 업무를 수행하다 이 증세에 걸린 여성 경찰관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판결을 하면서 유명해졌다.》

▽손의 색깔이 변할 때 의심=레이노현상은 추위와 스트레스로 인해 손가락이나 발가락 부위 말초혈관에 이상이 생겨 일어난다. 레이노현상은 원인이 알려지지 않으면 ‘레이노병’(1차성 레인노현상), 원인이 알려진 것은 ‘레이노현상’(2차성 레이노현상)으로 불렸지만 최근엔 이 둘 모두를 레이노현상으로 부른다.

혈류측정기를 통해 레이노병 환자의 손의 온도를 측정한 결과 혈류가 줄어든 손 아래 부위가 까맣게 나타났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레이노현상은 △손가락이 추위에 민감한가 △추위에 노출되면 손가락 색깔이 변하는가 △그 색깔이 흰색이나 푸른색인가라는 질문에 모두 ‘예’라고 답하면 의심할 수 있다.

레이노현상의 대부분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자가면역질환 중 온몸의 피부가 굳어지는 전신경화증(공피증)이나 여성이 잘 걸리는 루프스(전신홍반성낭창)에서 잘 생긴다.

또 팔다리 부위의 동맥경화증과 같은 혈관질환, 손목에 지나가는 신경이 눌려 손끝의 감각에 이상이 생기는 손목터널증후군에서도 나타나며 특히 노인은 퇴행성관절염 류머티스관절염 등이 있는 경우에도 잘 생긴다.

레이노현상은 직업과도 관련이 많다. 타이핑, 피아노 연주나 지하철공사장 혹은 탄광 등에서 앞이 뾰족한 기구로 땅을 파는 경우 잘 생긴다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오랫동안 손가락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이로 인한 염증작용으로 혈관이 수축되기 때문.

긴장을 잘 하거나 담배를 피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에게서도 잘 나타나는데 이들은 모두 혈관을 수축하는 상황을 만든다.

▽치료와 예방은=원인이 발견된 레이노현상은 원인질환을 치료하면 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레이노현상은 약물치료와 수술 등 두 가지로 치료한다. 약물은 혈관확장제가 주로 사용되는데 하루에 한번 복용하는 니페디펜이라는 고혈압약이 가장 많이 사용된다.

또 증세가 약하면 니트로글리세린 연고를 피부에 발라 말초혈액을 확장시키기도 하며 아스피린을 복용케 하기도 한다. 아스피린은 혈관수축을 막는다. 약물 복용으로 3분의 2 정도는 치료된다.

약을 복용해도 효과가 없다면 주사기를 이용, 신경에 신경파괴제를 주입해 혈관수축을 담당하는 교감신경을 차단한다. 한편 환자의 15%는 특별한 치료 없이도 호전된다.

보온이 최선의 예방책이다. 외출할 때는 몸을 조이지 않는 넉넉한 옷을 여러 벌 껴입는 것이 좋다. 모자 귀마개 목도리 벙어리장갑 등은 필수품. 세수나 설거지를 할 때는 따뜻한 물을 이용하고 냉장고문을 열 때도 손에 장갑을 낀 다음 여는 것이 좋다.

유산소운동은 증세를 호전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찜질, 수영 등도 도움이 되지만 결국 바깥 공기와 접촉해야 되므로 지속적 효과는 없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도움말=가톨릭대 의정부 성모병원 가정의학과 최환석, 김철민 교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이수곤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한방에서 본 ‘수족냉증’▼

손과 발이 찬 수족냉증은 원래 서양의학용어가 아니다. 한방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동양인에게 많은 풍토병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수족냉증 환자가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세는 저리다, 차다, 아프다 등의 순.

한방에선 수족냉증이 잘 오는 사람은 비장이나 위장이 약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본다. 몸의 가운데 위치해 기의 운행을 조절하는 기관을 비장과 위장으로 보기 때문이다. 수족냉증 환자는 △불규칙적 식사로 소화를 잘 못시키거나 △앉아있는 생활이 많고 비활동적이며 △얼굴이 하얗고 △과로하거나 정신노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따라서 생활스타일을 바꾸고 침이나 한약 등으로 기의 순환을 활발하게 하면 수족냉증을 호전시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본다.

경희대 한의대 침구과 김창환 교수는 “식사는 규칙적, 아침은 거르지 않는 것이 좋다”며 “빨리 걷기와 천천히 뛰기 외에 평소 양손을 비비며 눈과 귀에 살짝 대는 일을 꾸준히 하면 증세 호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포천중문의대 강남차병원 한방부인과 김상우 교수는 “다리를 따뜻하게 하면 온몸에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수족냉증을 예방할 수 있다”며 “자기 전 뜨거운 물에 허리 아래까지 10∼15분 정도 담그는 반신욕이나 하체 스트레칭도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발바닥에 쏙 들어간 부위인 용천혈을 5분 정도 약간의 통증이 생길 때까지 지긋이 눌러주는 것도 수족냉증의 예방법으로 좋다고 김 교수는 언급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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