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손기정 자료展’ 준비하는 서양화가 강형구씨

  • 입력 2003년 11월 14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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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힌 '손기정 기념관'-정재윤기자
굳게 닫힌 '손기정 기념관'-정재윤기자
“손기정 선생의 업적이 너무 홀대받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마라톤 영웅’ 고 손기정(孫基禎) 선생의 각종 자료 1200여점을 수집해온 서양화가 강형구(姜亨九·49)씨는 고인의 1주기(15일)를 맞아 “손 선생은 일장기를 달고 뛰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한이 많았다”고 14일 회고했다.

주로 인물을 그리는 극사실주의 작가인 그는 15년 전부터 국내는 물론 일본 독일 등에서 손 선생의 사진과 문서 자료를 수집해왔다. 또한 10년 전부터는 생전의 손 선생과 직접 인연을 맺고 그의 얼굴을 그렸다. 그가 고인을 주제로 지금까지 그린 작품은 12점. 200호(3m) 크기로 땀구멍 머리카락 하나까지 생생하게 묘사했다.

지난 15년 동안 손기정 선생의 자료 1200여점을 수집해온 서양화가 강형구씨. 그는 14일 경기 성남시 분당의 작업실에서 “생전에 손 선생은 ‘나라 없는 백성은 개와 같다’고 되뇌곤 했다”고 말했다. -성남=이훈구기자

“손 선생은 생전에 ‘황영조가 정실 자식이라면 나는 의붓자식이여’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뛰었기 때문에 정부 등으로부터 소홀한 대접을 받았다는 얘기였습니다. 황영조는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마자 기념관이 만들어졌지만 손 선생은 변변한 기념관 하나 없습니다.”

강씨는 “일제의 탄압 속에서 우리 민족의 긍지를 세계만방에 떨친 손 선생이 벌써 잊혀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내년 아테네올림픽 직전인 7월 28일부터 8월 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손기정 자료전’을 열 계획.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손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젊은이들에게 ‘나라가 있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느끼게 하겠다는 의도. 그때쯤 ‘손기정 평전’도 출간할 예정이다.

강씨의 경기 성남시 분당 작업실엔 고인과 관계있는 각종 사진을 비롯해 베를린올림픽 공식 보고서와 일본관련 서적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그는 이제 손 선생 모습이 담긴 사진마다 그것이 언제 어디서 촬영된 것인지 훤히 꿰뚫고 있을 정도로 ‘손기정 박사’가 됐다.

“손 선생은 당시 3위를 차지한 고 남승룡 선생과 함께 어느 누구보다 애국자였습니다. 대표선수로 뽑히고도 베를린올림픽 개막 전 현지에서 일본 선수들과 최종 평가전을 다시 할 만큼 일제의 박해를 받으면서도 기어이 금메달을 따냈다는 것을 국민들이 꼭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성남=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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