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동규시인 강연회 "나의 문학관은 함께 하되 다르게"

  • 입력 2003년 11월 6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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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황동규씨는 “문학이란 삶의 현장에 깃든 진실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주훈기자
시인 황동규씨는 “문학이란 삶의 현장에 깃든 진실을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주훈기자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시 ‘즐거운 편지’는 실은 고3 때 짝사랑하던 연상의 여인에게 바친 거죠.”

시인 황동규씨(65·서울대 명예교수)의 문학 강연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예장동 ‘문학의 집·서울’(이사장 김후란)에서 열렸다. 이번 강연은 ‘문학의 집’ 주최로 격주 수요일마다 열리는 ‘수요 문학광장’의 39번째 행사. 8월 서울대를 정년퇴임한 황 교수의 첫 대중강연이었다. 강연장을 가득 채운 청중 70여명의 대부분은 40, 50대 중년 여성이었다.

‘함께 살며 다르게 살기’를 주제로 한 이날 강연에서 시인은 자선시(自選詩) 11편을 들고 나와 시별로 창작 당시의 심경 등을 밝혔다. 독일 유학 중이던 딸이 잠시 귀국했다 돌아간 뒤 허전하고 참담한 마음을 돌아보며 쓴 시 ‘딸애를 보내고’, 1997년 미국 버클리대 방문교수 시절의 외로움을 담은 ‘버클리 시편 4’ 등에 얽힌 이야기를 밝히자 청중은 고개를 끄덕이며 메모를 했다. 특히 그는 “소월, 만해 등의 전통을 이으면서도 그들과는 다른 시를 쓰고 싶었다”며 ‘함께 그러나 다르게’라는 자신의 문학관을 설명했다.

강연 후 시인과의 대화 시간에 한 청중이 “아버지인 황순원 선생이 아들에게 어떤 작가가 되라고 했는지 궁금하다”고 묻자 시인은 “나는 아버지와 다르게 살려고 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문학에는 체험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아버지와 다르게 되겠다는 마음이 없었다면 나는 진작 문학을 집어치웠을지도 모르지요.”

강연에 참석한 수필가 김훈동씨(49)는 “‘즐거운 편지’를 비롯한 여러 편의 시들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알고 나니 시인의 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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