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631>脚 色 각 색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7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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脚 色 각 색

脚-다리 각 健-튼튼할 건

哀-슬플 애 履-밟을 리

汚-더러울 오 寡-적을 과

脚은 月과 却(물러갈 각)의 결합이다. 여기서 月은 ‘달’이 아니라 근육의 모양에서 나온 글자로 ‘肉’과 같으며 우리 몸의 일부임을 뜻한다고 함은 이미 여러 번 말한 바 있다. 곧 신체 중에서 ‘물러가는’ 기능을 맡은 부분이라면 당연히 ‘다리’가 아닐까. 脚光(각광), 脚本(각본), 脚線美(각선미), 健脚(건각), 橋脚(교각)이 있다.

形色(형색·形形色色)이라는 말이 있다. 形이 사물 외곽의 모습이라면 色은 내부 상태를 뜻한다. 그것은 色의 글자모습에서 알 수 있다. 色은 얼핏 보아도 눈썹을 나타내는 眉(미)와 비슷하게 생긴 것을 알 수 있는데 본디 뜻은 ‘兩眉間(양미간)에 나타난 주름’이다. 그런데 그 주름은 喜怒哀樂(희노애락)과 같은 感情(감정)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色은 바로 喜怒哀樂과 같은 感情이 밖으로 나타난 모습이 아닐까. 여기에서 사물의 갖가지 상태, 색깔도 色이라고 했다.

脚色이라면 다리의 색깔, 또는 다리에 색깔을 입힌다는 뜻이다. 지금은 소설과 같은 原作(원작)을 영화나 연극, TV드라마 등에 맞도록 재구성하는 것을 말하지만 본디는 지금의 履歷書(이력서)를 고치는 것을 뜻했다.

중국에서 최초로 科擧(과거)가 시행된 것은 隋(수)나라 때부터다. 당시 應擧(응거·科擧에 應試함)나 昇進(승진)하고자 하는 사람은 履歷書에다 조상 三代까지 내력을 자세히 적어내야 했다. 隋煬帝(수양제) 때의 간신 虞世基(우세기)는 貪官汚吏(탐관오리)의 전형이었다. 그는 공무원의 인사권을 쥐고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는데 임용이나 승진심사를 할 때면 늘 賂物(뇌물)의 多寡(다과)에 따라 등급을 매겼다. 즉 賂物을 많이 준 사람이면 特級(특급)을 주어 발탁했던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無級(무급)을 주었는데 이 때에는 그의 經歷(경력·걸어온 발자취)상에다 별도의 색칠을 했다. 걷는 것은 다리(脚)의 기능이다. 그곳에다 색칠을 했다 하여 脚色이라고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脚色이란 履歷書를 다르게 처리한 것을 뜻하는 셈이다. 후에는 연기자도 脚色(또는 角色이라고도 함)이라고 했는데 그것은 중국의 俳優(배우)들이 맡은 역할에 따라 얼굴에 각기 다른 색을 칠하고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原作의 모습을 연기에 알맞게 재구성하는 것도 본 모습을 달리 처리한 셈이므로 또 하나의 脚色이 아닐까.

鄭 錫 元 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sw478@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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