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아! 이 시려”…성인 80% 잇몸질환 호소

  • 입력 2003년 10월 12일 17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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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와 함께 국민질환의 하나인 잇몸병을 예빵하려면 식후 3분 내 꼼꼼히 양치질하는 것이 필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충치와 함께 국민질환의 하나인 잇몸병을 예빵하려면 식후 3분 내 꼼꼼히 양치질하는 것이 필수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잇몸 질환 평생 걱정 안합니다.’ ‘잇몸병 고쳐드립니다.’

최근 서울 경기의 도로변에서 이런 내용의 전단이 붙은 전봇대가 늘고 있다. 일부 회사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불법으로 잇몸병 치료약을 팔고 있다.

이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TV와 라디오에서는 인사돌, 이가탄 등 잇몸 치료제들이 광고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는 그만큼 잇몸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치과의사들은 성인의 80%, 40대 이상은 90%가 크고 작은 잇몸병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집계에 따르면 잇몸병은 충치와 함께 양대 국민 질환에 속한다.

충치가 어린이에게 주로 생긴다면 잇몸병은 주로 어른을 괴롭히며 어른이 치아를 잃는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흔히 입에서 냄새가 나면 속병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90% 이상이 잇몸병 때문이다.

▽잇몸병은 왜 생길까=잇몸병은 세균과 음식물 찌꺼기가 합쳐 생긴 끈끈한 막인 ‘치면 세균막’이 굳어지면서 독소를 내뿜어 잇몸을 상하게 하는 것이다. 풍치, 치주염이라고도 부른다.

치면 세균막은 침 속의 칼슘과 인을 흡수해 딱딱해진 상태로 돌처럼 치아 표면에 붙는데 이를 치석이라고 한다. 치석은 방치하면 잇몸의 부기와 출혈을 악화시키고 치아의 뿌리 밑으로 파고 들어가 치아와 잇몸 사이를 벌려 놓으며 이를 붙잡고 있는 잇몸뼈(치조골)를 파괴하고 치아를 뿌리째 흔든다.

당뇨병 환자는 입안의 세균을 잡아먹는 면역세포가 감소해 잇몸병이 생기기 쉬우며 난소, 갑상샘, 간 등에 질환이 있어도 잇몸병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임신부는 잇몸병에 취약한데 많은 사람이 치료를 받으면 태아에게 해롭다며 치과 치료를 기피하고 있다. 그러나 치과에서 쓰는 국소마취제는 태아에게 해롭지 않으므로 임신 시기에 맞춰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잇몸병의 치료=치주염이 생기면 치과에 가기보다는 약이나 민간요법부터 찾는 사람이 많지만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결국 잇몸병 때문에 이를 잃는 사태가 벌어지게 된다.

이가탄, 인사돌 등과 같은 약은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이 강화되는 것을 도와주는 약이다. 따라서 잇몸 질환이 생겼으면 염증을 없애는 것이 우선이며 약은 치료 후 보조제로만 써야 한다.

염증이 잇몸에만 국한돼 있는 초기라면 스케일링만 받아도 완치가 가능하다. 중기를 넘어서 잇몸뼈에 손상이 있을 경우 국소 마취를 한 다음 부어오른 잇몸을 잘라내고 치아 뿌리 깊숙이 박힌 치석과 불순물을 제거해야 한다. 더러 잇몸뼈를 깎아내야 할 때도 있다. 이 시기마저 넘기면 염증이 잇몸뼈까지 번지면 치아를 뽑을 수밖에 없으며 얼굴이나 목의 고름을 제거하는 대수술을 받기도 한다.

▽예방과 조기진단이 우선=잇몸병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이를 잘 닦아야 한다.

많은 사람이 “하루 세 차례 5분 이상 이를 닦는데 왜 잇몸병이 생겼을까”하며 의문을 갖는데 양치질은 횟수와 시간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꼼꼼히 구석구석 닦느냐가 더 중요하다.

잇몸병은 시작될 무렵에 증세가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자각 증세가 나타나면 잇몸이 상당히 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잇몸병이 없어도 6개월에 한번 정도 치과를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잇몸병의 자각증세는 △찬물을 마시거나 찬 바람이 불면 이가 시리고 △이가 흔들리며 △양치질 때 피가 섞여 나오고 △가끔씩 치아가 위로 솟구치는 느낌이 드는 것.

피로가 쌓이거나 몸살 기운이 있을 때 잇몸이 근질거리거나 욱신거리는 느낌이 있다면 이미 잇몸이 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잇몸이 이미 상했다면 치료를 받고 이후 2∼3개월마다 한번씩 치과에서 치태가 끼었는지 확인하도록 한다. (도움말=최남섭 서울시치과의사회 부회장, 김지학 치과원장)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3·3·3’아시죠?…하루 세번 식후 3분이내,3분이상▼

잇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칫솔질이 기본이다.

치과의사들은 하루 세 차례 이상, 식후 3분 이내, 한번에 3분 이상 양치질하라는 ‘333법’을 권하고 있다. 양치질은 치아의 순서를 정해 하나도 빠뜨리지 않게 닦아야 하며 특히 어금니 쪽은 세균막이 생기기 쉬우므로 세밀하게 닦아야 한다. 가급적 볼 안과 혀도 부드럽게 닦아주는 것이 좋다. 잇몸병 때문에 피가 나와도 멈추지 않고 계속 닦도록 한다.

양치질은 한때 위아래로 닦는 것이 정설이었지만 요즘 많은 치과의사들이 ‘45도법’을 권하고 있다. 45도법은 칫솔을 가볍게 잡고 칫솔모를 치아와 잇몸 사이에 45도 각도로 댄 다음 손을 떠는 듯한 느낌으로 닦는 것.

그러나 서울시치과의사회 최남섭 부회장은 “굳이 45도법을 고집해야 할 필요는 없다”며 “자신에게 맞는 양치질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치과에서는 양치질 방법을 교정해준다. 치과에 가면 색소덩어리인 약물을 깨물어 색소가 침에 녹아 치아에 골고루 퍼진 상태에서 양치질을 한 다음 제대로 안 닦인 곳을 확인할 수 있다.

치실과 치간 칫솔 등을 사용하면 칫솔질만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부위의 세균막을 제거할 수 있다. 요즘 시판되고 있는 전동칫솔 중 초음파로 치아와 잇몸 사이의 세균을 제거해주는 것을 사용하면 잇몸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식후 이 닦기나 치실 사용이 불가능하다면 물 양치질이라도 하는 것이 좋고 식후 과일을 먹는 것이 치아 건강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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