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깨달음'이 뭐꼬?…성철스님 열반10주기 국제학술대회

  • 입력 2003년 10월 3일 18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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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란 무엇일까, 깨달음은 불교에만 존재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찾는 학술대회가 마련된다.

‘성철 선사상 연구원’(원장 원택 스님)은 성철 스님의 열반 10주기(15일)를 맞아 16,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깨달음의 문화적 지평과 그 현대적 의미’를 주제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학술대회의 특징은 ‘깨달음’을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 더 나아가 문화 일반의 위치에서 조명하는 것.

대회를 준비한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지금까지 성철 스님에 대한 학술연구는 보조국사 지눌의 돈오점수(頓悟漸修·단번에 깨쳐 점차 도를 닦는다)를 비판한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頓悟頓修·단번에 깨쳐 단번에 도를 닦는다)에 대한 찬반 논의가 대부분이었다”며 “이 과정에서 성철 스님이 말한 ‘깨달음’의 본 뜻이 사라지고 점수와 돈수만 남았다”고 말했다.

1993년 10월 15일 열반한 성철 스님. 성철 선사상 연구회는 성철 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16,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조 교수는 돈오점수와 돈오돈수 논쟁은 마치 국광과 홍옥 중 어느 것이 진짜 사과냐를 가리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이 좁은 울타리에서 벗어나 사과를 오렌지와 비교해 사과의 참맛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다른 종교나 문화 분야의 깨달음과 불교의 깨달음을 비교해 ‘깨달음’의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번 대회에는 8개국에서 유교 도교 기독교 학자와 인지과학 종교철학 등 인문학자 13명이 발표자로 참석한다. 일본 도요가쿠엔(東洋學園)대의 찰스 뮐러 교수는 무주(無住·얽매여 있지 않음) 개념을 통해 도교와 불교의 접점을 찾는다. 미국 하버드대 로버트 지멜로 교수는 화엄의 본각(本覺·원래부터 깨달음) 사상을 기독교적 시각에서 해석한 논문을 발표한다. 미국 조지메이슨대 노영찬 교수는 근대적 이성이 파괴된 포스트모던 시대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인류 정신의 유산이 깨달음 혹은 영성이라는 관점에서 종교의 신비적 경험이 포스트모더니즘 정신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캐나다 뉴브룬스윅대 마이클 쿠락 교수는 모든 사물이 상호 연관돼 있다는 불교의 연기(緣起)론을 두뇌활동에 대한 인지과학의 연구성과 속에서 조명한다.

성철 스님의 상좌였던 원택 스님은 “불교 연구도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세계 불교학의 성과를 흡수해야 한다”며 “2년마다 한번씩 이 대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성철 스님의 다른 추모 행사로는 일반 신도들이 릴레이로 8만4000배를 올리는 7일7야 참회 법회가 8∼15일 경남 합천 해인사 백련암에서 열린다. 또 추모제는 15일 오전 10시 반 해인사 대적광전에서 거행된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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