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부부의 아이 넷 키우기]<1>"학원 안보내도 걱정 안해요"

  • 입력 2003년 9월 23일 16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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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조옥남씨(45)가 사는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면 신발이 워낙 많이 나와 있어 옛날 잔칫집에 들어선 기분이 든다. 개인사업을 하는 남편(45)과의 사이에 3녀1남을 두어 이 집 아이들의 신발도 만만치 않은데다 아이들이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 나이여서 동네 아이들까지 들락날락하기 때문. 그런데 이 집 아이 키우는 방법이 동네에 소문이 자자할 정도로 유별나다. 도대체 어떻게 기르고 있기에…. 직접 조씨에게서 들어봤다.》

김진경기자 kjk9@donga.com

“따릉 따릉”

오전 6시20분에 일어나 고3인 큰아이를 깨워 등교시키고 난 뒤 남편 출근시키고 중학생인 둘째, 셋째 챙겨 보내고 막내녀석 달래 가며 밥 먹여 유치원에 보내니 9시30분, 폭격 맞은 듯한 집안은 팽개쳐둔 채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려던 참이었다.

“엄마, 나 눈이 너무 가려워. 조퇴해서 병원에 가봐야 될 것 같아. 한시간 뒤에 다시 전화할 테니까 병원에 예약해 줘. 알았지?”

평소에 알레르기결막염이 있는 큰애로부터 온 전화였다. 눈병이 만연되고 있으니 걱정스러운 모양이다. 병원 전화번호를 찾고 있는데 다시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리고….

“엄마야? 나, 발을 삐끗해서 걷지 못하겠어. 지금 데리러 와.”

팔뼈가 두 번씩이나 부러진 둘째 아이의 너무도 당당한 목소리. 한달음에 학교로 쌩 달려가 아이를 한의원에 데려가서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니 큰애가 나를 많이 찾았다고 남편에게서 전화.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더니 정말 딱이네, 딱” 하며 남편이랑 한바탕 헛웃음을 날려본다.

유치원생부터 고교 3학년까지 네 자녀를 둔 평범한 주부다. 주위에서 “한 명도 힘든데 어떻게 네 명씩이나 키워요? 그것도 모두 뛰어나게” 하며 자주 부러움 섞인 질문을 받는다. 우리 아이들이 특별히 뛰어나서 매스컴을 탔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냥 평범한 속에서 도토리키재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나의 경험담이 독자들의 관심을 끈다면 과외나 학원에 보내지 않고도 성적이 뛰어난 아이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역시 어릴 때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인 아이가 여러 면에서 더 두각을 나타냈다. 물론 더 우수하게 태어났다고 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런 점에서 큰아이에 대한 육아는 성공했다고 본다. 고3인 큰아이는 다방면에서 탁월하다. 학교 선생님들께서 육아비디오를 보여 달라고 할 정도로 선생님들의 기대와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그러나 고 3이라는 점 때문에 그 아이의 이야기는 대학입시 이후로 미루고 싶다.

과학고 영재센터에 다니고 있는 중3인 둘째도 뛰어난 편. 그러나 첫째와는 여러 모로 비교가 된다. 첫째가 만능맨이라면 둘째는 과학 일변도이다. 유치원 때부터 꿈이 과학고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여름방학 때는 한국과학재단에서 주최한 과학토론대회에 영재센터 친구들과 ‘구름은 왜 일정한 높이에서 떨어지지 않는가?’라는 주제로 출전해 금상을 타기도 했다. 엉뚱한 면이 많아 키우기도 힘들지만 재미도 쏠쏠했다.

셋째는 워낙 조용한데다 손 갈 일이 별로 없었다. 또한 내 마음이 위의 두 아이로 인해 넉넉히 채워진 상태였기에 셋째에게는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그게 아이에게 마이너스였다. 내년에는 셋째에게 욕심을 부려볼 예정이다.

넷째는 누나들과 비교할 때 여러 면에서 느렸다. 우선 말이 뒤졌고, 한글을 깨치는 데도 늦었고, 책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 확 달라졌다. 아이가 책을 좋아하게 된 데는….

조옥남 주부·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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