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달에 한번 걸리는 마술 생리는 여성 건강의 '경고등'

  • 입력 2003년 8월 24일 17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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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번 걸리는 마술.’ 생리처럼 여성에게 귀찮고 불편한 것도 없지만 생리는 여성을 완성시키는 신의 선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야누스적’ 속성만큼이나 여성은 생리에 대해 복잡하고도 미묘한 느낌을 갖는다. 의학적으로 볼 때 생리는 임신 여부를 알려주는 것 외에 몸의 전반적 상태를 알려주는 경고등의 역할을 한다. 생리가 정상적으로 작동되려면 뇌, 난소, 자궁 등이 제대로 기능을 해야 된다. 생리는 갑상샘 질환, 당뇨, 비만 등 전신질환에도 영향을 받는다. 생리 이상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다가 뇌질환을 발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생리를 바로알자=생리혈의 구성성분은 배란 전후 두껍게 자란 자궁내막이 벗겨져 나간 세포들, 혈액의 구성성분인 적혈구 백혈구, 염증 전달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 등이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자궁을 수축시켜 피를 몸 밖으로 내보낸다. 생리통을 느끼는 것은 자궁이 생리혈을 밖으로 보내기 위해 수축되기 때문이다.

생리 때 나는 냄새는 주로 적혈구 속에 있는 철분으로 인한 것이며 흔히 금잔디 또는 비린내가 난다. 만약 생선 썩는 냄새가 난다면 질염이 생긴 경우다. 생리혈의 색깔은 암적색 또는 갈색. 자궁근종이나 물혹 등으로 인한 생리과다일 때는 선홍색이 나타날 수 있다. 생리로 하루에 배출되는 양은 25∼50cc 정도며 자궁 내막이 두꺼울수록 출혈량도 많아지고 기간도 길다.

생리 때는 자궁과 질 연결부위인 자궁경부가 열려있기 때문에 관리를 잘못하면 세균이 침투할 우려가 있다. 몸을 청결하게 하되 몸을 담그는 목욕보다는 간단한 샤워를 한다. 생리대는 하루에 2∼4번 정도 자주 갈아 세균의 번식을 피하도록 한다.

▽생리량이 많아지거나 적어지면=정상적인 생리기간은 2∼7일. 그 이상 넘어가거나 한 달에 생리대를 15∼20개 정도 사용하면 생리가 많다고 본다.

가임여성이 갑자기 생리량이 많아지면 자궁이나 난소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때는 초음파 검사를 받은 뒤 자궁이나 난소의 이상 여부를 파악한다. 어지러움을 유발할 정도의 심한 출혈이 아니면 관찰하는 경우가 보통이나 계속 반복되는 출혈이 있다면 자궁출혈을 막는 치료와 함께 빈혈치료를 시작한다.

갑상샘 질환이 있는 환자는 생리주기를 조절하는 뇌하수체 기능에 문제가 생겨 생리의 양이 증가할 수 있다.

반면 생리의 지속일수가 2일 이내로 줄거나 평소보다 유달리 적으면 난소 기능의 장애로 인한 무배란이거나 조기 폐경의 가능성이 있다. 특히 난소에 물혹이 생기는 다낭성 난소 증후군에선 배란은 일어나지 않고 자궁내막만 자라며 생리량이 주는 ‘무배란 출혈’이 생길 수 있다.

중절수술로 인해 자궁내막에 상처가 생겨 자궁내막 유착이 생겼을 때도 생리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이때는 유착된 곳을 떼어 낸 다음 호르몬 치료로 호전될 수 있다.

또 뇌하수체에 양성 종양이 생겨도 프로락틴(유즙분비호르몬)이 증가해서 생리량이 줄 수 있다.

▽폐경이 아닌데도 생리가 없다=젊은 여성들이 다이어트를 하다가 무월경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무리한 다이어트는 여성 호르몬 형성에 기본이 되는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기 때문.

이때는 다이어트를 중지하고 호르몬 기능이 정상인지 알기 위해 호르몬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임신 기간엔 생리가 없지만 임신 초기엔 출혈이 있을 수 있어 많은 여성들이 이를 생리혈로 잘못 알고 임신임을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위장약이나 혈압약을 복용할 경우도 프로락틴이 나와 생리가 끊길 수 있다.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출혈=자궁에 이상이 있다는 적신호이다. 바로 산부인과를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임신 기간의 출혈은 임신에 따른 합병증을 말해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자연유산, 자궁외 임신 및 태반에 이상이 있는 융모성 질환 때문에 나타날 수 있다.

부부관계 뒤 생기는 출혈은 주로 염증이나 감염질환이 많다. 이때는 골반에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또 생명과 연관이 되는 자궁경부암, 자궁내막증 등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심한 생리통을 동반한다.

만성 간질환, 신장질환, 혈액질환이 있을 때도 뇌, 난소 등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이상을 일으켜 출혈이 생기기도 한다.

경구피임약을 복용할 경우에도 불규칙적 출혈이 생긴다. 경부 피임제 복용자의 30∼40%가 사용 1∼3개월 동안 출혈을 경험한다는 통계가 있다. 피임약을 불규칙적으로 복용할 경우 잘 생기는 현상이다. 복용 기간만 정확히 지키면 차차 좋아진다.

(도움말=가톨릭대 성모병원 산부인과 임용택 교수, 삼성제일병원 산부인과 이승헌 교수)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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