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작가상' 등 30대 남성 작가군 대약진

  • 입력 2003년 7월 1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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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오늘의 작가상’과 ‘문학동네 신인상’에는 각각 30대의 남성작가가 당선됐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김종은(30)의 ‘서울특별시’는 1974년생 동갑내기 네 친구를 등장시켜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해 탐구한 작품.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은 박민규(36)의 ‘지구영웅전설’은 한계를 두지 않는 만화적 상상력으로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로써 두 작가는 김연수(34) 김종광 김경욱 백민석(이상 33) 등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으며 요즘 활발하게 활동하는 30대 남성작가군에 합류했다.

최근 30대 남성작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여성작가들 특유의 내성적 문체와 내면에 침잠한 심리묘사가 문단의 주류적 패턴으로 자리 잡아가는’(문학평론가 박혜경) 시대에 끊임없이 실험하며 새로운 글쓰기를 선보이고 있다.

90년대 신경숙(40) 은희경(44)으로 대표되는 여성작가들과 그들의 뒤를 잇는 하성란(36) 조경란(35) 김별아(34) 천운영(33) 윤성희(31) 등의 약진에 비해 그동안 남성작가들은 몇몇 작가를 제외하고는 뚜렷한 동선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여성작가들과 더불어 한국문단의 토양을 비옥하게 가꾸어 나갈 30대 ‘남성 기대주’들의 부상은 문단에서 반가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70년대 초반에 태어나고, 90년대 초에 대학을 다닌 이들 작가는 역사적인 부채의식이 엷고 인터넷과 대중문화에 친숙하다는 공통분모를 갖는다. 이들은 80년대 세대가 가졌던 정치사회 중심의 문제의식에서 벗어나 다원주의 개인주의가 만연한 분위기에서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이전 세대들이 한목소리로 외친 거대담론보다는 다양한 개성을 기를 수 있는 토양에서 자란 셈이다.

30대 작가군 중 김연수는 ‘사랑이라니, 선영아’(2003), 창작집 ‘내가 아직 아이였을 때’(2002)를 발표해 주목받고 있으며 ‘독서와 사색의 공력’을 무기로 삼고 있다. ‘달빠이, 이상’에서 보여준 김연수의 ‘인문학적 상상력’은 근작 ‘사랑이라니…’에 와서 친숙한 대중문화 기호들을 받아들임으로써 경쾌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황금사과’(2002), ‘누가 커트 코베인을 죽였는가’(2003)의 김경욱과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2001)의 백민석의 작품에 있어서도 대중문화는 낯설지 않다. 현실을 문화적으로 포착하는 데 있어 백민석이 ‘B급 문화’의 감수성을 강렬하게 표현한다면 김경욱의 작품에선 SF적, 이국적, 비현실적 요소가 대중문화와 함께 뭉뚱그려져 있다.

‘짬뽕과 소주의 힘’(2003), ‘모내기 블루스’(2002)의 김종광은 전통적 소설에 충실한 ‘민중적 리얼리즘의 계승자’라는 평과 ‘2000년대 한국의 현실을 조롱하는 작가’라는 평이 공존한다.

아직은 이들 30대 남성작가가 우리 문학 지형도에서 어떤 영역을 개척해 나갈지 단정 짓기 어렵지만 이들에게 거는 기대는 적지 않다. 문학평론가 방민호는 “지금까지 5, 6년이 이들에게 수련기이자 실험적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자기 모색기에 들어선 것 같다. 분명한 세계를 보여줘야 되는 단계로 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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