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삶]동해 표기 인터넷 운동 '반크' 박기태 단장

  • 입력 2003년 6월 15일 18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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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로 알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반크’의 박기태 기획단장이 서울 중구 신당동 사무실에서 외국교과서와 책 등에서 한국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미옥기자
한국 바로 알리기 운동을 하고 있는 ‘반크’의 박기태 기획단장이 서울 중구 신당동 사무실에서 외국교과서와 책 등에서 한국에 대해 잘못된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김미옥기자
9일 미국의 대형 교과서 출판사인 ‘BJU 프레스’가 동해를 일본해와 함께 표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국내에 전해졌다. 이 소식을 전한 단체는 1만2000여 네티즌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www.prkorea.com). 2월부터 회원들이 전 세계 300여 교과서 출판사에 ‘일본해’ 표기 시정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해 이뤄낸 첫 성과였다.

사이버 공간의 ‘붉은 악마’라 할 수 있는 이들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반크 탄생에 결정적 역할을 했고, 지금도 이 단체를 이끄는 ‘한국 바로 알리기 기획단장’ 박기태(朴起台·29)씨는 ‘우연과 자발성’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3학년 때인 98년 공부 삼아 인터넷을 통해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어요. 99년 1월 홈페이지를 만들어 이들 친구들과 주고받은 e메일과 외국 친구 사귀는 법 등을 올렸지요.”

홈페이지 인기는 대단했다. 특히 외국에 가보지 못한 중고교생들의 반응이 컸고, 4개월 뒤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하는 펜팔 동호회 사이트로 바뀌었다.

“그런데 사이트 참여자들 사이에서 공통된 문제 하나가 제기됐어요. 외국인들 대부분이 한국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더라는 거죠. 오해의 정도도 생각보다 심각했고요.”

회원들의 의견은 하나로 모아졌다.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 한국을 올바로 알리는 일을 하자는 것. 이 뜻에 맞게 사이트의 이름도 99년 5월 ‘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로 지었다. 반크(VANK)는 이 이름의 약어.

출범 1년여 만에 반크는 세상의 주목을 받았다. 2000년 세계적인 지도제작 및 생태잡지사인 ‘내셔널 지오그래픽협회’로부터 지도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겠다는 약속을 얻어낸 것. 박씨는 대학 졸업 뒤 한때 몸담았던 직장일도 접고 이 일에 뛰어들었다.

네티즌의 열의에 비해 정부와 기업의 대응은 미흡했던 듯하다.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문화관광부와 기업들의 후원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월드컵이 끝나자 모든 지원이 중단됐다.

“처음 지원이 끊겼을 때는 ‘정부가 할 일을 우리가 대신 하는데 왜 몰라주나’ 하는 아쉬움도 컸지만 지금은 원망하지 않아요.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이런 박씨가 생각하는 반크의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

“한국을 홍보하기 위해서는 회원 스스로가 한국을 똑바로 알고 사랑해야지요. 외국인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도 우리 스스로 잘못된 부분을 고쳐야 하고요.”

서울 중구 신당동에 있는 기획단 사무실에는 박씨를 포함해 5명이 상근한다. 회원들이 가입할 때 낸 평생회비 2만원으로 경비를 충당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8월이면 바닥이 날 것 같다고 한다.

그래도 박씨는 “위기 때마다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큰 걱정은 안 한다”고 말했다. 그는 “5년간 1100여통의 팬레터를 받을 정도로 반크를 아껴주는 사람이 많다”며 웃어보였다.

이현두기자 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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