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낮이 긴 여름…'잠' 설치고 '몸' 망치고

  • 입력 2003년 6월 15일 17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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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빛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하는 ‘하지 수면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커튼을 치는 등 침실 환경만 약간 바꿔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아침 햇빛 때문에 깊이 잠들지 못하는 ‘하지 수면 증후군’으로 고생하는 사람은 커튼을 치는 등 침실 환경만 약간 바꿔도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밤에 잠들기가 힘들다. 자반뒤집기를 하기 일쑤다. 어렵사리 잠이 들어도 한두 시간 자고는 깨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새벽녘에 설핏 깼나 했더니 잠이 아예 달아나 버리기도 한다. 최근 잠자리가 불편한 사람들의 얘기다. 그들은 하나같이 아침에 일어나면 뒷머리가 묵직하고 하루 종일 멍하다고 말한다. 만성피로와 무기력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보통 최저기온이 25도를 넘는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면 중추신경계가 흥분해 각성상태가 유지되면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다. 설령 잠을 자더라도 얕게 자고 꿈을 꾸면서 푹 자는 ‘렘수면’은 줄어든다. 그러나 요즘 밤 기온은 20도 내외. 최적의 수면 온도인 18∼20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온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것은 아니란 얘기다. 그렇다면 수면장애는 왜 나타나는 걸까. 의학자들은 요즘 수면장애의 원인을 빛에서 찾는다. 하지(夏至)를 전후로 오전 5시경부터 오후 8시경까지 ‘낮’ 시간이 계속되면서 햇빛이 숙면 분위기 조성을 방해한다는 것.》

▽빛은 숙면의 훼방꾼=아침에 해가 뜨면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시신경교차상부핵’이란 빛을 감지하는 생체시계가 ‘송과선’에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잠잘 때 분비되던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량이 급속하게 줄어든다.

이렇게 되면 잠을 자고 있다고 해도 뇌의 각성도가 높아지는 등 사실상 신체가 깨어 있는 상태로 바뀐다. 이런 이유로 오전 늦게까지 잠을 잔다고 해도 얕은 잠에서 깊은 잠으로 발전하지 못하기 때문에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하루에 2교대 또는 3교대 근무를 하거나 야근이 잦은 사람의 경우 생체시계가 밤과 낮을 혼동하면서 집중력 저하, 두통, 전신 피로감 등 각종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이런 장애를 보통 ‘교대근무 수면장애’라고 부른다. 심하면 고혈압과 심혈관계 질환, 위장 질환, 월경불순 등이 생길 수도 있다.

일부 의학자는 이 무렵의 수면장애에 대해 “온도가 높아져 활동량이 크게 늘면서 신체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부적응 현상이란 것.

그러나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7월 들어 열대야가 본격화하면서 불면증으로 이어져 여름 내내 수면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

▽잘 자려면 이렇게 하라=빛 차단이 급선무다. 잠자기 전에 반드시 커튼을 치도록 한다. 가능하면 빛이 투과되지 않는 커튼이 좋다.

양질의 잠을 자려면 방의 불은 모두 끄도록 한다. 눈가리개를 하면 완전히 빛을 차단할 수 있으므로 좋다. 아침에 일어난 뒤에도 30분 정도는 밝은 빛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

잠을 일찍 잘 것이냐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현대의학자들은 보통 새벽에 일찍 깰 것을 감안해 오후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 것을 권한다. 그러나 한의학자들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게 좋다고 한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람 몸은 여름에 왕성한 활동을 하게 돼 있다는 해석이다. 낮잠에 대해서는 잠이 부족할 경우 30분 이내로 제한한다면 괜찮다는 게 공통된 얘기다.

‘수면 규칙’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다. 우선 자기 전에 침대에 누워 책을 보거나 아침에 일어난 다음 침대에 오래 누워 있는 것은 좋지 않다.

술 담배는 몸을 각성상태로 만들기 때문에 피한다. 담배를 피우더라도 오후 7시 이후에는 금연하도록 한다.

침실은 어둡고 조용하며 공기가 잘 소통되도록 한다. 침대나 이불은 너무 딱딱하거나 푹신하면 좋지 않다. 베개는 뒷목이 젖혀질 만큼 높으면 좋지 않다. 또 푹신한 것보다 적당히 딱딱한 것을 고르도록 한다.

잠을 자기 전 찬물 목욕은 당장은 시원하다는 느낌을 주지만 피부혈관이 일시적으로 수축했다가 확장돼 체온을 높이기 때문에 좋지 않다.

수면장애가 2주 이상 계속된다면 수면클리닉을 찾아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원인을 밝히고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도움말〓성균관대 의대 신경과 홍승봉 교수, 경희대 한방병원 6내과 두호경 교수)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수면 건강학…7~8시간이 적당▼

잠을 안자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기네스북의 기록은 18일 17시간이다. 그렇다면 일반인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7∼8시간이 가장 적당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3시간만 자고도 다음날 졸리지 않고 활동에 제약이 없으면 본인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시간이다. 이 밖에 잠의 건강학에 대해 알아본다.

▽토막잠의 건강학=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수험생들이 책상에 엎드려서 10분 정도 잠을 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토막잠을 자면 근육이 어느 정도 이완돼 육체적인 피로를 푸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깊은 잠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뇌의 피로를 풀 수는 없다.

▽꿈과 숙면의 관계=꿈을 많이 꾸면 허약하다는 견해는 근거가 없다. 꿈과 숙면과도 상관관계가 없다. 침실 환기가 잘 되지 않았거나 꼭 끼는 옷을 입고 잘 때 꿈을 자주 꾸는 경향이 있다. 근심거리가 있을 때도 꿈을 자주 꾼다.

▽잠을 자는 자세=자기에게 가장 편한 자세가 가장 좋은 자세다. 얌전하게 자는 사람도 하루 밤에 15회 이상 몸을 뒤척인다. 등을 바닥에 대고 똑바로 누워 자는 사람은 딱딱한 매트리스가 좋다. 옆으로 잘 때 무릎 아래에 베개를 끼우면 골반과 척추의 지나친 회전을 막아준다.

▽올빼미와 종달새=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은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올빼미형, 내성적인 육체노동자는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종달새형이 많다. 일반적으로 수면의 질은 종달새형이 더 좋다. 올빼미형은 오후에 대뇌의 각성도가 높아지므로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는 오후나 저녁이 적합하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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