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근대회화 명품전…근대 한국회화의 脈찾기

  • 입력 2003년 5월 15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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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의 ‘녹죽소도’, 비단에 담채, 23.7×34.0cm -사진제공 간송미술관
안중식의 ‘녹죽소도’, 비단에 담채, 23.7×34.0cm -사진제공 간송미술관
근대 한국화가 영화 ‘취화선’의 주인공 오원 장승업(吾園 張承業·1843∼1897)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할 때, 그 흐름은 오원의 제자들인 소림 조석진(小琳 趙錫晋·1853∼1920), 심전 안중식(心田 安中植·1861∼1919) 등을 거쳐 이당 김은호(以堂 金殷鎬·1892∼1979), 청전 이상범(靑田 李象範·1897∼1972), 심산 노수현(心汕 盧壽絃·1899∼1978)으로 이어진다.

해마다 봄 가을 두 차례 전시회를 여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올 봄에는 이 들의 그림을 조명하는 ‘근대 회화 명품전’(18일∼6월 1일)을 연다. 오늘날 한국화의 시원(始原)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전시로 간송 전형필(澗松 全鎣弼)이 소장한 그림 중 100여점이 전시된다.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에 따르면 조선후기 회화는 정선(鄭敾) 김홍도(金弘道) 신윤복(申潤福)의 시대에 한 정점을 이루고 이후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그 변화의 와중에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가 위치하고 있다. 추사의 미의식은 누구에게나 쉽게 이해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추사의 직제자인 흥선 대원군 이하응(李昰應)이나 고람 전기(古藍 田琦) 등에게만 이어진다. 그 다음 대를 잇는 천민 출신의 장승업에 이르면 화풍이 급속히 대중적으로 변하면서 근대 한국화가 시작된다. 추사의 서화를 보고 즐길만한 교양높은 사대부 계층이 몰락하고 평민층이 세도가문과 연결돼 부를 축적하면서 새로운 미술 감상층으로 부상하는 시대였음을 뜻하는 것이다. 조선의 마지막 화원 조석진과 안중식의 그림은 오늘날의 눈에도 친근할 정도로 현대의 대중적 감수성과 맥락이 닿아있다.

이 전시의 특징은 조선 화원의 그림들을 김은호 이후의 그림과 한 묶음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기존의 전시, 강좌, 서적들은 대개 정치사의 구분을 따라 조선시대 한국화와 김은호 이후의 한국화를 분리해 다뤘는데 이 전시는 이런 인식의 틀을 깬 것이다. 특히 근대 한국화의 기원을 장승업까지 소급한 것은 놀라움까지 안겨준다.

전시명에는 ‘명품’이라 이름 붙였으나 사실 퇴행과 조락을 보여주는 전통화들도 다수 전시된다. 이 시대는 문인화풍의 산수화보다 꽃과 새를 다룬 화조화(花鳥(화,획)), 새나 짐승을 그린 영모화(翎毛(화,획)), 물고기 등을 그린 어해화(魚蟹(화,획)) 등 대중적인 취향을 반영한 그림이 많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高羲東)이 오세창(吳世昌)에게 그려 보낸 서양화풍의 전통화도 흥미롭다.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장승업의 대표작인 ‘귀거래도(歸去來圖)’는 전시되지 않아 그의 ‘삼인문년(三人問年)’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것이 아쉽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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