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축제를 찾아서]<3>진주 논개제

  • 입력 2003년 5월 14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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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아래 남강의 의암 위에서 왜장을 부등켜 안고 물에 뛰어드는 논개. 진주 논개제에서는 해마다 이 투신재현 행사를 의암에서 펼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촉석루 아래 남강의 의암 위에서 왜장을 부등켜 안고 물에 뛰어드는 논개. 진주 논개제에서는 해마다 이 투신재현 행사를 의암에서 펼친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임진왜란으로 온 나라가 왜적에 유린당하던 1593년 7월 어느 날. 진주성에 난입한 왜군은 이날 남강이 내려다보이는 촉석루에서 승전 축하연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촉석루 아래 남강의 한 바위에 칠보단장 한 채 미소를 띠고 서 있는 여인이 있었다. 한 왜군 장수가 다가갔고 논개는 그의 품에 안겨 춤을 추었다. 그리고 허리를 감은 양손에 깍지를 낀 채 바위 가에서 몸을 날려 강물에 뛰어들었다. 논개의 손은 가락지 때문에 풀어지지 않아 왜장은 빠져 나올 수가 없었다.》

의기 논개의 마지막 순간. 410년 전 벌어진 기막힌 실화다. 자신의 몸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목숨을 던진 여인은 많았지만 죽는 순간에도 나라를 위한 여인은 없었다. 냉대 받고 소외된 천한 관기의 신분으로 이런 우국충정을 보인 이 역시 없었다. 그래서 논개는 관기에도 불구하고 ‘의인’으로 추모됐고 ‘어유야담’(충열 편)에 기록돼 지금까지 전해진다.

그 이름은 태어난 해와 날과 시가 모두 ‘갑술’(甲戌)인 특이한 사주에서 연유했다고 전해진다. ‘술시에 놓은 아이’를 뒤집으면 ‘논(놓은) 개’가 된다.

이런 슬픈 이야기의 고향 진주. 여기 진주성과 남강의 의암(義巖·논개 투신후 바위에 붙여진 이름)에서는 의기(義妓) 논개를 추모하고 더불어 논개를 낳은 진주의 교방 문화 및 전통 문화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축제 ‘진주 논개 제’가 펼쳐진다. 올해(2회)는 23일부터 사흘간 진주성과 촉석루 등지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보통의 향토 축제와는 다르다. ‘의암 별제’라는 제례와 가무가 혼합된 교방 기녀들의 독특한 제사를 주축으로 하기 때문. 별제는 봄가을의 논개 제사와는 별도로 진주 관기들이 스스로 제관이 되어 1740년(영조)부터 논개 사당(촉석루 옆)에서 매년 6월 기녀 300여명의 가무를 곁들여 사흘간 올려온 화려한 제전.

일제 때 맥이 끊겼다가 1960년에야 부활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여성이 제관이 되어 봉행하는 유일한 유교제례인데다 ‘제사+가무’라는 제전 형태여서 ‘한국 최초의 여성 축제’, 진주 교방 문화의 집대성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진주 논개 제는 의암 별제를 필두로 막을 올린다(23일 오후 4시 ). 사당인 의기사(義妓祠)에서 영정을 내어와 순행 한 뒤 무대(진주 성 야외 공연장)에 모시고 제를 올린다. 축문 낭독과 제향, 헌무(진주 검무)에 이어 뮤지컬 ‘논개’와 은율 탈춤 공연이 펼쳐진다.

축제의 백미는 의암에서 펼치는 논개의 투신 재현(24일 오후 7시 반 의암 주변). 투신 후에는 혼 건지기, 혼 달래기 굿판 등 공연이 이어진다. 25일은 진주의 전통문화 공연 한마당(진주성 야외 공연장)이 펼쳐지는 날. 교방 굿거리, 의암 별무, 진주 검무, 하회 별신굿 놀이, 진주 삼천포 농악 등등을 볼 수 있다.

진주비빔밥 축제, 만들기 체험, 기생 문화 사진전, 전통 치장 품 및 교방 문화 체험(촉석루), 풍물 굿 판, 진도 북춤, 마임 퍼포먼스, 먹 거리 장터도 마련된다.

●여행 정보

◇찾아가기 △대중교통 ①고속버스=서울 남부 터미널(서초 동)↔진주(3시간 45분), 하루 22회 왕복 운항. 1만6500원. 진주 터미널 055-741-6039. ②철도=서울↔진주 새마을호(5시간43분) 3만6500원, 무궁화 호(6시간 44분) 2만4900원. 철도 고객 센터 1544-7788 △손수 운전=35번 중부고속도로(경기 하남∼진주·285.77km) 이용. 경부 호남선 이용 시 대전에서 진입. 한국 도로공사 홈페이지(www.freeeway.co.kr) 참고.

◇문의 △진주 시청(www.jinju.go.kr) 055-749-5071 △축제본부〓055-755-9111 △관광 안내소 ①진주시=055-749-2485 ②경남도=055-1330, 055-670-2670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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