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새 방송위 정치적 독립의지 있나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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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 방송위원회가 지난 주말 뒤늦게 출범했으나 과연 ‘정치로부터의 독립’이라는 해묵은 과제를 실천해 낼지 의문이다. 출범하자마자 부위원장 등 상임위원 선출을 둘러싸고 여야가 추천한 방송위원들 사이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방송위원회 노조는 위원들 중에 부적격 인사가 있다며 출근저지 투쟁을 벌이겠다고 나섰다. 이처럼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산적한 현안을 공정하고 지혜롭게 처리해 낼 수 있을지 걱정이다.

새 방송위원회 구성은 석 달 가까이 늦어졌다. 여야가 자기 몫을 요구하며 줄다리기를 벌인 탓이다. 이 과정에서 상임위원 수가 5명으로 늘어 전체 방송위원 9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상임위원으로 채워지는 기형적 구조가 되고 말았다. 방송계 안팎에서 일부 위원들에 대한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당장 이들에게는 KBS이사회 이사진 11명을 추천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KBS 사장 인사 개입 파문이 불거진 뒤 정치적으로 중립 인사를 임명해야 한다는 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추세에 따라 각종 법제를 정비하는 과제가 이들에게 부여되어 있으며 디지털 TV의 전송방식 변경 문제도 조속히 판단해야 한다. 방송위원들이 그야말로 마음을 비우고 결정해야 할 중요한 국가과제들이다.

방송위의 위상 정립을 위해 방송위원들이 해야 할 일은 자명하다. 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방송의 공공성 독립성을 수호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신을 뽑아 준 정당의 이해에 반하는 일도 해야 한다. 정권을 위한 방송이 아닌 국민을 위한 방송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임무다.

노 대통령은 “방송위에 대한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여야도 방송위원회에 영향력을 미치려 해서는 안 된다. 방송위가 제대로 굴러가려면 정치권의 각성이 우선이다. 정치권이나 방송위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국민이 주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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