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헬스클럽 No! 출퇴근길에 땀 흘려요"

  • 입력 2003년 4월 20일 17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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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릴리 김경숙 차장(왼쪽)과 세종대 허행량 교수가 18일 오후 각각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면서 퇴근하고 있다.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한국릴리 김경숙 차장(왼쪽)과 세종대 허행량 교수가 18일 오후 각각 인라인 스케이트와 자전거를 타면서 퇴근하고 있다.원대연기자 yeon72@donga.com·박주일기자 fuzine@donga.com
세종대 신문방송학과 허행량 교수(45)는 요즘 법정(法頂) 스님이 말한 ‘단순한 삶’이 어떤 것인지 새록새록 느끼고 있다.

그는 2001년 7월부터 매일 오전 6시경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의 집을 나와 서울 광진구 군자동의 대학까지 한강 둔치로 자전거를 타고 출근한다. 오후 6시반쯤 역시 자전거를 타고 퇴근한다.

“이전에는 헬스클럽에 다녔는데 하루 2시간 반이 걸렸습니다. 요새는 샤워 시간까지 합쳐서 1시간이면 해결됩니다. 또 이전에는 운동을 하기 위해 별도의 장소로 가야 하므로 ‘선택’ 또는 ‘사치’였다면 지금은 출근길 운동이므로 ‘필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수가 학교에 가지 않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운동이 밥 먹는 것처럼 생활이 됐습니다.”

퇴근길에 ‘음주 사이클’을 할 수는 없으므로 자연스럽게 저녁 술자리가 사라졌다. 초등학생 딸아이와의 대화 시간도 늘었다. 매일 상쾌한 상태로 일을 하는 것도 기쁨. 옷차림도 와이셔츠에 넥타이 차림에서 캐주얼 차림으로 바뀌었고 기분도 젊어졌다. 동료 교수와의 대화 주제는 ‘건강’으로 바뀌었다.

허 교수는 재작년만 하더라도 출근길에 자신처럼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10명 이상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자전거 타기에서부터 달리기, 속보, 인라인 스케이팅 등으로 땀을 흘리면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최근 1, 2년 동안 ‘건강 챙기기 바람’이 불면서 운동 애호가가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특히 ‘1분 1초’가 귀중한 전문인 중에서 멀리 떨어진 헬스클럽에 찾아가서 운동하는 시간을 줄이려고 출퇴근길에 운동하는 사람도 많다.

정두언 서울시 정무부시장(44)도 지난달부터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집에서 시청까지 40분 동안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고 있다.

정 부시장은 “서울시 교통문제 해결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는 방법인데다 맑은 정신으로 아침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고 예찬론을 펼쳤다.

마라톤 동호회 회원 중에는 달리면서 출퇴근하는 사람이 특히 많다.

울산에 있는 한화석유화학 마라톤 동호회원인 김기욱(40), 안종인(38), 김기락씨(32) 등은 매일 남구 무거동의 사원 아파트에서 상개동의 회사까지 11㎞를 뛰면서 출근하고 또 뛰면서 퇴근한다.

김기욱씨는 “지난해부터 1년을 뛰면서 72㎏이었던 몸무게가 60㎏으로 줄었다”면서 “봄이 돼도 춘곤증을 못 느끼고 잔병치레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여성들도 이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제약회사 한국릴리의 김경숙 차장(35)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출퇴근한다. 그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집에서 5분 걸어 한강 둔치에 도착한 뒤 그곳에서 25분 정도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다시 걸어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회사로 향한다.

“동틀녘에 햇빛에 물든 하늘과 해가 빠진 듯 붉은색으로 출렁이는 한강을 바라보며 인라인 스케이팅을 하는 기쁨은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죠.”

한양대의 한 교수는 광진구 구의동에서 성동구 행당동까지 쇳덩이를 넣은 특수신발을 신고 빠른 걸음으로 출퇴근한다. 서울 안산 등에는 등산을 하면서 출퇴근하는 직장인을 쉽게 볼 수 있다.

수많은 직장인이 전날 밤 마신 술에 찌들어 일그러진 표정으로 잠든 시간에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은 몇 분이라도 아끼려고 운동을 하면서 출퇴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말한다.

“건강한 사람이 앞서간다. 그래서 몸이 바로 계급인 것이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출퇴근 운동 어떻게▼

“나도 운동을 하면서 출퇴근해볼까.”

스포츠의학 전문가들은 쉽게 따라할 일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평소 운동을 안 한 사람이 ‘친구따라 강남갔다가는’ 몸을 다치기 십상이라는 것.

시간이 아까워 출퇴근 때 운동을 하고 싶지만 몇 년 동안 운동과 담을 쌓았다면 집 부근에서 한 달 정도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 이때 거리보다는 시간을 정해서 운동하고 조금씩 시간을 늘려간다.

운동 종목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은 걷기나 뛰기에 앞서 우선 살을 빼야 한다. 허리가 아픈 사람은 인라인 스케이팅을 피하고 출퇴근길 오리막 내리막이 많으면 자전거 타기는 피한다.

집에서 직장까지 전 구간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출퇴근길에 걷거나 뛰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현재 운동을 하는 사람도 평소 출퇴근길에 운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최근 국제비만연구학회(ISAO)는 “매일 30분 정도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과 매주 2∼4회 별도로 운동하는 것을 병행할 때 살빼는 효과가 가장 커진다”고 공식 발표했다.

걸을 때에는 가급적 가슴을 편 상태에서 턱을 당기고 허리에 힘을 준 상태에서 팔을 힘차게 흔들면서 빨리 걷는다. 가방을 들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지 않도록 한다.

지하철이나 버스를 기다릴 때에는 똑바로 서서 팔을 자연스럽게 앞뒤로 흔들면서 앞으로 걸었다 뒤로 걷는 것을 반복한다. 뒤로 걸으면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강화하고 균형감각을 기를 수 있다. 또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가급적 계단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기만 해도 운동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출퇴근 때 꼭 승용차를 이용해야 한다면 회사에서 먼 곳에 주차하고 10분 이상 빨리 걷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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