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문화 장관 대하는 태도 조폭문화 연상

  • 입력 2003년 3월 15일 01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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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李滄東) 문화관광부 장관은 14일 직접 써서 문화부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운 ‘처음 드리는 인사말’이란 제목의 취임사에서 문화부 직원들이 장관을 대하는 태도를 ‘조폭문화’에 비유했다.

이 장관은 “장관실 앞에만 깔려 있는 붉은 카펫, 장관이 나타나면 부동자세를 취하는 직원들, 행정고시를 통과한 사무관 비서가 꼬박꼬박 장관의 차 문을 열어주는 것, 장관에게 누구나 허리를 90도로 꺾고 절하는 모습을 보며 좀 실례되는 비유인지 모르겠으나 ‘조폭문화’를 연상했다”고 썼다.

그는 “‘조폭’ 특징은 일반 사회와 격리되어 자신만의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는 점”이라며 “오늘날 행정문화 속에 이런 권위주의적인 문화와 관습이 남아 있다는 것은 행정부와 일반 국민과의 거리를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또 자신이 캐주얼 차림으로 다니는 것에 대해 “영화감독으로 해외를 다니며 각 나라의 문화부 공직자를 만나보았지만 복장에서부터 ‘공무원 냄새’를 풍기는 이들을 보지 못했다”며 “21세기 언필칭 세계화시대에 아직도 우리 장관이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느냐, 어쩌느냐가 신문 방송의 뉴스 거리가 되고 있는 권위주의적인 문화 속에서 진정한 토론, 소통과 이해가 이뤄지리라고는 믿지 않는다”고 적었다.

그는 문화산업과 순수문화를 이분하는 사고와 관련해 “돈 되는 문화(게임이나 영화 등)는 육성하고 돈 안 되는 문화(문학 연극 등)는 지원해 보호한다는 분리적 접근론은 근본적으로 지난 시대 낡은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라며 “이제는 ‘문화도 돈이 된다’가 아니라 ‘돈 되는 문화, 돈 안 되는 문화가 따로 없다’는 사고, 즉 경제적 관점에서 문화를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 경제를 바라보는 사고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또 “참여정부의 문화정책의 첫 과제는 문화예술 체육 관광 등 각 분야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라며 ”각 분야에서 정부는 지원만 할 뿐 민간에 권한과 책임을 대폭 넘겨주는 것으로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고 밝혔다.

송평인기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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