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리포트]스타인웨이 건반위에서 연주전설은 시작됐다

  • 입력 2003년 3월 13일 20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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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광고에 쓰인 일러스트레이션.사진제공 스타이웨이앤드선스
스타인웨이 광고에 쓰인 일러스트레이션.사진제공 스타이웨이앤드선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Steinway & Sons) 피아노를 찾습니다.”

세계 유명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피아노 연주가 중 98%가 선호하는 스타인웨이 피아노 회사가 뉴욕에서 회사를 차린 지 150주년을 맞아 역사 찾기에 나섰다.

회사측은 “스타인웨이 피아노는 일련번호가 있으며 제각기 개성과 역사를 갖고 있다”며 “대물림되는 피아노에서 최근 각국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구입한 피아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회사의 150년 된 ‘번호책’에는 어떤 피아노가 어디에 사는 누구에게 팔렸는지 적혀 있다.

이 회사는 5월 1일까지 오래된 피아노 찾기 신청을 받는다. 발표는 그랜드 피아노와 업라이트 피아노 부문으로 나눠 6월 5∼7일 사흘간의 재즈 및 팝 콘서트 축제 기간 중에 이뤄진다.

스타인웨이는 때로 고객을 위해 특별한 주문품을 만들기도 한다.1902년 한 백만장자가 아내에게 선물한 루이 15세 스타일의 스타인웨이. 순금으로 외장을 했으며 피아노다리 등이 정교하게 조각됐다. 건반 양쪽 끝에 있는 조각은 백만장자 부부의 아홉살 난 아들.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릴 축제에는 ‘스타인웨이 예술가’인 허비 행콕과 아트 가펑클, 19세의 재즈 키보드 스타 피터 신코티 등이 출연한다. 스타인웨이 예술가라는 호칭은 클래식 음악계에서 명성 높은 스타인웨이 피아노 연주가들 가운데 지금까지 1300여명에게 부여한 것으로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제임스 레바인, 반 클라이번, 블라디미르 호로비츠와 한국의 백건우씨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는 그동안 하나의 비전을 갖고 한 길을 걸으며 56만3000대의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만들었다.”

이 회사 설립자의 증손자인 헨리 Z 스타인웨이 명예회장(87)은 5일 뉴욕 카네기홀 맞은편에 있는 스타인웨이 전시장에서 열린 창립 기념행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회사는 1972년 스타인웨이 가문을 떠나 CBS로 넘어갔다가 지금은 카일 커크랜드라는 투자자의 손에 들어가 있다.

스타인웨이 150년의 역사는 최고급 피아노의 역사다. 이 회사는 1853년 3월 5일 뉴욕에서 독일 이민자의 손에 의해 세워졌다. 1840∼1860년 뉴욕에 도착해 미 전역으로 흩어진 아일랜드 및 독일 이민 300만명 중 한 명이었다. 캐비닛 제조의 장인인 하인리히 엥겔하트 슈타인벡(훗날 영어식으로 헨리 스타인웨이로 개명)이 네 아들과 함께 만든 이 회사는 금세 연간 500대의 피아노를 만들어냈다. 1863년엔 6층짜리 대형 공장을 지어 생산량을 연간 1000대로 늘렸다.

이 기간 중 스타인웨이는 생산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스타인웨이 그랜드피아노가 사용됐던 1860년 뉴욕 필하모닉의 공연평에는 “이 악기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다. 청중의 영혼 속으로 파고 들어와 가장 강렬한 희열을 불러일으킨다”는 구절이 들어있다. 1867년 파리 엑스포에서 최고상을 받아 세계적으로 인정받게 됐다. 피아노는 그때나 지금이나 1만2000여개의 부품으로 이뤄지는데 스타인웨이사는 150년 동안 120개 이상의 특허와 디자인 등 상세도면 1000여개 등을 통해 개량을 거듭했다.

지난해엔 뉴욕 퀸스의 아스토리아에 있는 공장에서 2465대, 독일 함부르크 공장에서 1156대의 피아노가 생산됐다. 현대식 대량생산 피아노의 경우 20일이면 한 대가 만들어지지만 이곳에선 수작업으로 9∼12개월이 걸린다. 가격은 최저 1만7000달러, 웬만한 그랜드 피아노가 5만∼6만달러, 고급품이면 10만달러를 훌쩍 넘어간다. 스타인웨이가 미국에서 판매된 피아노의 2%에 불과하지만 금액으로는 시장의 25%를 차지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작년 전체 매출은 1억6500만달러였다.

세계적인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인 다니엘 바렌보임은 “스타인웨이는 비길 데 없는 최고 악기이며 이 덕분에 나는 음악적 느낌을 모두 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는 “피아니스트가 원하는 모든 것, 꿈꾸는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피아노”라고 스타인웨이를 극찬했다.

20세기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1904∼1989)는 연주회 계약을 할 때 꼭 자신의 피아노를 사용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그는 뉴욕에서 모스크바까지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비행기로 실어나르기도 했다. 예일대 음대 등 미국 30여곳의 음악학교는 스타인웨이 피아노만을 사용한다. 이런 스타인웨이 피아노를 두고 미국의 한 언론은 이렇게 표현했다.

“콘서트 피아니스트 아슈케나지 또는 알프레드 브렌델, 재즈 피아니스트 다이애나 크롤, 팝 뮤직 아티스트 폴 매카트니나 빌리 조엘. 이들의 피아노 연주 스타일은 가지각색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스타인웨이 피아노에 대한 존경심이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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