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古代유적 '풍전등화'…'공중정원' '지구라트' 등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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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그리스 유프라테스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은 세계사 교과서의 첫 단원에 등장한다. 이곳은 이미 5500년 전에 사람들이 도시를 만들어 살고 문자를 사용했던 인류 문명의 발상지.

뉴욕 타임스는 25일 “현대 무기가 고대 도시를 공격하고, 도굴꾼이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게 되며, 고고학적 발굴 작업은 중단될 것”이라고 미국과 이라크의 싸움으로 파탄 지경에 몰린 세계 고고학의 위기를 전했다.

이미 유럽의 연구팀들은 몇 개월 전 발굴을 중단하고 이라크를 떠났다. 아시리아의 수도였던 ‘니네베’의 발굴 작업도 무기한 연기됐다. 시리아 요르단 남부 터키도 마찬가지. 전쟁이 빨리 끝난다 해도 발굴이 곧 재개되기는 어렵다. 이집트의 연구원들은 이란-이라크전쟁 당시 중단된 이란의 유적 발굴 작업을 아직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도 30여개의 미국 연구팀의 발굴 작업이 중단됐으며 나머지 팀들도 몇 주일 안에 철수할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자들은 또 전쟁으로 유적지가 파괴될 것을 우려한다. 1954년의 헤이그조약에 따르면 유적지를 공격 목표로 삼을 수 없게 돼 있다. 미국은 이 조약에 서명했지만 아직 비준은 되지 않았다.

고고학자들은 최근 미 국방부를 방문해 이라크 내의 고대 유적지를 표시한 지도를 전달했다. “이라크는 온 국토가 유적지나 마찬가지여서 조심스럽게 공격해도 문화유산에 타격이 클 것”이라는 지적도 함께 전달했다. 미 국무부는 이 같은 우려를 받아들여 전후 이라크 재건 계획에 고고학 분야를 포함시켜두고 있다.

전쟁의 혼란을 틈타 활발히 작업에 나설 도굴꾼도 골칫거리. 걸프전 때도 유적지 폭격은 거의 없었지만 박물관과 발굴 현장의 약탈이 심각했다.

북부 이라크의 고대 아시리아 유적지에 있던 조각품들은 조각조각 나 국외로 빠져나갔다. 남부 유적지들에서도 약탈자들은 유물을 덤프트럭으로 실어내 갔다. 한 고고학 전문가는 “외교관의 자동차가 불법 도굴한 물건들을 나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예술대학의 존 말콤 러셀 박사는 “미국은 문화 재건을 위한 비용을 들이지 않아 약탈자들에게 금광을 제공한 거나 마찬가지였던 아프가니스탄에서의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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