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일본에 토익저서 역수출하는 스타강사 김대균씨

  • 입력 2003년 2월 27일 17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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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균 강사가 토익 강의를 시작할 때인 1995년 국내 토익시험 응시생은 20만명이었다. 지난해는 113만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김 강사는 토익 시장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토익 한 종목에 승부를 걸었다. 학원에서 강의중인 김 강사의 모습.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김대균 강사가 토익 강의를 시작할 때인 1995년 국내 토익시험 응시생은 20만명이었다. 지난해는 113만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김 강사는 토익 시장의 잠재력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토익 한 종목에 승부를 걸었다. 학원에서 강의중인 김 강사의 모습.신석교기자 tjrry@donga.com
김대균씨(39·YBM e4u어학원 강사)는 토익의 달인이다.

한국 토익과 일본 토익 모두 990점 만점 기록의 보유자이며 ‘토익, 답이 보인다’ 등 토익 관련 책을 써서 140만권을 팔았다. 그의 강의를 오프라인으로 들을 수 있는 ‘행운’은 매달 1260명에게만 돌아간다. 수강 신청자들은 접수 전날 밤부터 줄을 선다. 접수 당일 새벽이면 너무 늦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토익만으로 수억원대의 돈을 벌어 세금만 1억5000만원을 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할 것같다. 이달초 그는 일본의 출판사 고단샤(講談社)와 ‘토익, 답이 보인다’ 일본어판을 내기로 계약했다. 권당 1900엔 가운데 6%가 그의 몫이다. 7일 찍어낸 초판은 벌써 매진이다. 토익은 일본의 의뢰로 미국의 교육평가위원회(ETS)가 개발한 시험이다. 토익 종주국에 토익 서적을 역수출하게 된 셈이다.

교육방송(EBS) 라디오는 24일부터 그의 토익 강의를 내보내고 있다. 그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20분간 방송하고 강사료와 원고료로 월 1000만원을 받는다.

김 강사를 만나 2시간 남짓 토익 달인이 되기까지의 과정, 토익 점수올리기 비결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시간당 받는 강사료로 환산해보면 1000만원이 넘는 인터뷰였다.

―하루 일과는….

“주중에는 오전 6시55분부터 오후1시까지, 오후 6시부터 9시반까지 하루 8회, 8시간 강의한다. 중간에 비는 시간에는 시내 모 호텔에서 30분 정도 자고 수업 준비를 하거나 공부한다. 토요일에는 EBS 방송용 녹음을 하고 일요일에는 철저히 쉰다. 기업체나 대학에서 특강 요청이 쇄도하는데 일일이 응하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강의가 인기를 얻는 이유는….

“점수를 확실히 올려주기 때문이다. 나는 시험에 꼭 나오는 어휘와 표현, 문제 유형만을 정리해준다. 매일 5쪽짜리 정리 자료를 나눠주고 원어민들을 써서 녹음 테이프를 만들어 제공한다. 한달에 복사비만 300만∼400만원, 녹음 테이프 제작비만 200만원이 들어간다. 강의실에 2명 가량의 조교를 심어두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보게 한 후 다음 수업에 반영한다.”

―시험에 꼭 나오는 문제 유형을 어떻게 알아내나.

“토익은 통계적 시험이다. 토익은 12월 한달을 제외하고 매월 1회씩 해마다 11회 시험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60번 시험을 치렀다. 열 번쯤 시험을 보니 출제 원칙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를 토대로 통계를 냈다. 내 강의를 듣는 수강생들의 거의 대부분이 매달 시험을 치른다. 그들이 체감하는 난이도를 내 문제 분석에 합하면 최상의 데이터베이스가 완성된다.”

―통계적 시험이라면….

“파트 Ⅱ에서 의문사 의문문은 매달 50% 정도를 차지한다. ‘or’가 들어가는 선택 의문문은 신기하게도 매달 3개 정도씩 꼭 나온다. 문제에 ‘South Korea(남한)’가 들어가 있으면 ‘strategic(전략적)’이라는 형용사가 정답일 확률이 높다. 질문에서 알아들었던 단어가 보기 중에 반복되면 그 보기는 답이 아니다. 그런데 초보자들은 자기가 알아 들었던 단어가 다시 들려 반가운 마음에 그 보기를 고를 확률이 높다….”

―결국 시험보는 요령만 가르치는 것 아닌가.

“공부를 하는데도 성적이 오르지 않으면 힘들어서 공부 못한다. 토익은 공부한 만큼 성적이 나오는 재미있는 시험이다. 나는 토익의 문제 패턴을 알려줘 공부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김 강사의 일명 ‘족집게식 강의’를 두고 기출문제를 유출한다는 비난이 끊이지 않는다.

“시험을 치른 후 출제됐던 문제를 복기해 본다. 암기에 한계가 있어 정확히 외워 나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강의 자료를 만들 때는 문장 유형만 비슷하게 하고 단어를 모두 바꾼다.”

● 유학비 마련 위해 학원강사 첫발

그는 고려대 영문학과 84학번이다. 대학원에서는 20세기 영국 작가 D H 로렌스의 작품 세계를 공부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유학 자금을 벌기 위한 방편으로 시작한 것이 학원 강의였다. 첫 강의를 한 곳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고시촌이었고 과목은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 독해였다. 첫 달 수강생은 1명, 강의료는 월 50만원. 당시에는 유학 준비도 하면서 돈을 벌자는 생각에 타임이나 GRE 등 강의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 과목을 주로 가르쳤다.

―토익 강의로 바꾸게 된 동기는….

“돈을 벌기 위해서다. 학원 강사를 하면서 수입이 실력순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동료 강사는 서울대 대학원 시험이 끝난 후 외부 유출이 금지돼있는 문제지를 입수해 강의하고 한달에 300만원을 벌었다. 그 강사는 답을 모르겠다면서 내게 문제지를 보여주고 풀어달라고 했다. 나는 좀 더 대중적인 강의로 돈을 벌어보자고 마음먹었고 토익 시장이 성장 잠재력이 있어 보였다.”

―언제부터 토익 강의를 시작했나.

“95년 여름이다. 당시 연봉은 2000만원 정도였다. 당시만 해도 토익같이 쉬운 과목을 가르치면서 따로 강의 준비를 하는 강사는 거의 없었다. 10년도 더 지난 기출 문제 자료로 강의하는 식이었다. 나는 시험을 거듭 치른 끝에 97년 강의의 틀을 잡았고 ‘이렇게 하면 1등하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후 6개월 정도 지나자 기하급수적으로 수강생이 늘기 시작했다.”

―틈새 시장을 잘 잡아 비교적 쉽게 진입한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학원에도 학연이 작용한다. 처음 토익을 강의할 때는 고려대 인맥이 적어 견제를 당했다. 당시 모 대학 출신들은 수업 시간에 ‘리스닝 강의는 누구 것을 들어라’ ‘독해는 누구 강의가 좋다’며 선후배의 강의를 서로 선전해주었다. 심지어는 ‘김대균의 토익 강의는 엉망이다’며 나를 음해했다. 아주 힘들었다.”

―유학의 꿈을 접을 정도로 토익 강의가 좋았나.

“초등학생 시절에는 집안이 꽤 부유했다. 그 후 가세가 기울어 고교 시절에는 참고서 살 돈이 없어 사전 한 권으로 영어 공부를 했었다. 나도 돈을 한번 벌어보자는 오기 같은 게 있었나 보다. 그리고 유학을 갈 만한 돈이 모일 즈음 본격적으로 돈이 많이 벌렸다.”

―본인의 영어 실력은….

“토익은 만점이고 토플은 PBT 시절 650점 이상은 맞았다. CBT 시험은 주중에만 있기 때문에 한번도 치른 적이 없다. 토익 강의를 하면서 단순한 문장을 수십번 반복해 들으니 절로 는다.”

―점수와 실력이 꼭 비례하지만은 않는데….

“950점이 넘으면 실력이 있는 사람으로 봐야 한다. 900점과 950점은 다르다.”

―일본의 토익 시험은 왜 보게 됐는가.

“내 족집게 강의가 인기를 얻기 시작하자 경쟁 강사들이 기출문제를 빼돌려 강의한다는 소문을 내기 시작했다. 사실 여부를 떠나 나는 국내에서 시험볼 기회를 박탈당했다. 그래서 일본에 간 것이다.”

● 日 건너가 토익시험 쳐 만점 받아

결과적으로는 그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일본 토익 시험에서도 만점을 받아 이력을 하나 추가할 수 있었고 일본 토익 시장 진출도 할 수 있었다.

―1인자라는 타이틀을 언제까지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토익 강의의 평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이 발달된 뒤로 내 일거수 일투족이 실시간으로 강남 학원가에 퍼진다. 지방의 어느 학원에서는 내 강의 자료를 빼돌려 바로 다음날 나와 똑같은 강의를 한다. 토익 시험도 계속 바뀌고 있어 이제는 어떠한 방식으로 출제될 것인지 예측까지 해내야 한다. 요즘도 매달 토익 시험을 본다. 매주 1,2회는 반드시 서점에 가서 문장이 좋은 영어책을 구입해다 보고 수시로 영어권 국가와 일본 등에 가서 견문도 넓히고 책도 사온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술과 여자 문제로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사람들도 보았다.”

―그 많은 돈은 어떻게 쓰나.

“솔직히 돈 쓸 시간이 없다. 강남에서 강사 생활을 하려면 명품으로 빼 입어야 하는 등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강북에서는 오히려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싫어하는 분위기여서 옷차림에도 신경쓰지 않는다. 여행과 책을 사는데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똑같은 말을 하루에 여덟 번 반복해보라. 미치지 않으려면 여행하고 책 보면서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정년이 몇 살이라고 생각하나.

“45세 정도다. 강의는 매우 소모적이다. 그 이후는 체력 때문에라도 못 해낼 것같다. 이익훈 선생같은 분은 정말 대단한 분이시다. 정년을 넘긴 후에는 1년에 영화 한편만 찍는다는 영화배우 청룽(成龍)처럼 매년 1권쯤 괜찮은 영어관련 실용서 한 권 쓰고 나머지는 쉬면서 보내고 싶다. 강사들의 세계를 소재로 한 소설을 쓸 구상도 하고 있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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